서울시가 7일 내놓은 '2020 서울주택종합계획'은 주택 수요와 멸실 통계를 근거로 만들어진 첫 중장기 주택 공급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전 계획과 차이가 있다. 뉴타운과 재개발 · 재건축 사업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멸실 규모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주택의 수급을 예측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2020 서울주택종합계획은 '주택 멸실을 늦추고 공급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1~2인 가구의 증가,저출산 · 고령화 등의 사회 변화상 등도 반영해 '집 걱정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도시형 · 다가구 주택 공급 확대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4만가구,내년에 5만7000가구가 각각 멸실될 예정이다. 2013년에는 6만5000가구로 늘어 향후 10년 새 가장 많은 주택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는 멸실주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2020년까지 10년간 임대주택 20만가구를 포함해 총 72만3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72만가구 중 37만가구는 재건축 · 재개발 등을 통한 공급이다. 서울시는 27만가구는 중소형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과 다가구 · 다세대주택,11만가구는 보금자리주택 등 택지지구 물량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주택보급률을 95%로 끌어올린다.

공공임대 공급목표는 20만가구로 책정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국민임대,재개발 임대,다가구 매입 임대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시프트는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50㎡,75㎡ 규모를 신설한다. 다가구 매입은 광진,영등포,도봉,금천 등 임대주택 비율이 낮은 자치구 위주로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5가구 이상의 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 사업자들의 물량 20%를 공익임대로 전환하는 '공익임대사업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싼 임대료로 세입자 부담을 줄여주고,시중 임대료와의 차액을 서울시가 보전하는 형태다.

◆휴먼타운 100곳…정비사업 속도조절

뉴타운,재개발 ·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공공의 역할도 강화한다. 공공관리제 지원 대상을 120곳에서 2020년 200여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자치구의 공공관리 비용 지원 규모도 현행 30~70%에서 100%까지 확대한다.

저층 주거지를 보존 ·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휴먼타운'도 2014년까지 40개소를 조성키로 했던 당초 방침을 변경해 2020년까지 자치구별 4곳씩 총 10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전면 철거 후 획일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정비사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김윤규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휴먼타운을 확대하면 주거유형을 다양화할 수 있고 정비사업장이 줄어 전세난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향후 멸실 추이와 전세난 등을 고려해 대규모 정비사업 속도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주택바우처 지원 대상도 8200가구에서 2020년 5만가구로 확대한다. 주택바우처 제도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것으로 저소득 가구에 매달 4만3000~6만5000원의 주거비를 보조해주고 있다.

정기적금 등을 통해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자산을 늘려주기 위한 자립지원형 '주춧돌 프로그램' 지원 대상도 2014년 3500가구에서 2020년까지 1만가구로 늘려 나가기로 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