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 독일 지몬-쿠퍼 앤드 파트너스 회장(64)은 7일 "한국의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안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서도 "'이익'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지몬 회장은 지식경제부 R&D(연구 · 개발) 전략기획단 주최로 이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막된 '글로벌 R&D 포럼 2011'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히든 챔피언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력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위 이내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중견 · 중소기업을 뜻한다.

이번 행사에는 지몬 회장 외에 조지 화이트사이즈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그래핀' 분야 선구자인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라울 클링너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디렉터 등 전 세계 과학자 500여명이 참석해 R&D를 통한 동반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평균 3.21%다. 절대적인 기술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을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투자 비중을 올려야 할까.

"3.21%는 놀라운 수치다. 독일 중소기업들도 3% 수준이다. 하지만 중소규모의 회사가 시장을 선도하고 혁신할 수 있으려면 이보다 두 배 정도는 돼야 한다. 히든 챔피언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6% 정도 된다. 특히 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분야의 산업이라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투자비중뿐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도 중요하다. "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R&D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 못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가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독일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독일 젊은이들에게도 어디에서 일하고 싶냐고 물으면 BMW,메르세데스-벤츠,루프트한자와 같은 큰 기업만 언급한다. 그래서 독일 중소기업들도 인력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첫째는 중소기업이 속한 지역 에서 좋은 명성(good reputation)을 쌓는 데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익과 종업원 규모가 작은 기업이 굳이 전국 단위 혹은 그 이상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역 내의 젊은 일꾼들에게 기업을 홍보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기계발의 '초기단계'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기 회사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

▼정부 지원이 중소기업들 사이에 '피터팬 신드롬'(정부 지원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만든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기업가 정신(enterpreneur spirit)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야심차게 창업을 해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부모들부터가 말린다. 나도 내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쉽게 찬성하지 못할 것이다.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에서 창업을 한 젊은이는 결혼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말을 전해준 적이 있다. 한국 정부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

▼한국에선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란 민간기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방안이 중소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자기의 능력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런 방안은 초반에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자기 힘으로 성공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하나의 시장 안에서 물건이 잘 팔린다고 해서 거기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 고객을 잃을 경우 다른 곳에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업종에만 집중하는 것은 회사 발전에 도움이 안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기업은 끊임없이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 "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은.

"거기에 대한 내 의견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익'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익은 부채,인건비,금융비용 등을 제하고 난 다음에 남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줘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이익'이라고 말할 수 없다. "

▼주목되는 한국 히든 챔피언이 있나.

"헤어드라이기 업체인 유닉스와 완구업체인 오로라월드를 항상 예로 든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50개 정도의 한국기업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도 히든 챔피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매출,종사자 수 등을 담은 통계자료에만 집중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례연구를 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경영자는 어떤 사람이며 사업을 어떻게 키워왔는지,해외 진출은 어떻게 했는지 등 아주 구체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단순한 통계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롤모델을 정부가 찾아줘야 한다. "

◆ 헤르만지몬

전략ㆍ마케팅분야 권위자…'유럽의 피터 드러커'

헤르만 지몬은 독일 출신의 경영학자로 전략 ·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다.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린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지몬-쿠퍼 앤드 파트너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1995년까지 독일 마인츠대에서 마케팅학과,경영학과 교수로 지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스탠퍼드대,MIT,인시아드,런던 비즈니스 스쿨,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지몬 교수는 저서 '히든 챔피언'에서 전 세계 2000여개에 달하는 기업을 추려 그 가운데 숨겨진 강한 중소기업 500여개를 집중 분석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YG-1(절삭공구업체),유닉스전자(헤어드라이어기 제조업체),오로라월드(완구업체),한일(오토바이 경기복 제조업체),HJC(오토바이 헬멧 제조업체),유도실업(금형업체),캐프(자동차 와이퍼 제조업체),모텍스(가격표시기 개발업체),SJM(자동차 부품업체) 등이 이 책에 실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