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지난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지속성장을 위해서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응 요소'를 조사한 결과 1위를 차지한 항목은 브랜드와 신뢰,평판 관리였다. 조사대상 중 72%의 경영인이 이들 항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은 평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거래 은행의 선택 기준이 '지점의 근접성' 같은 항목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판'으로 바뀌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금융업의 속성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JD파워 2009년 조사)

금융업에서의 평판이란 이해관계자(고객,주주,언론 등)의 금융회사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이는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신뢰와 이미지 구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또 금융회사의 평판은 경영 부진,금융사고,사회적 물의 등으로 인해 고객,주주 등 외부의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기업에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무형 자산이다.

최근 한국의 금융산업은 평판과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연기,산업은행과 우리은행과의 관치금융적 합병 진행 발표,국민은행 구조조정 및 신한은행 사태,농협 및 현대캐피탈 보안 관련 사고 등 그 동안 금융권을 둘러싼 주요 뉴스들은 금융회사의 명성과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최근에는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감독기관 부패의 적나라한 노출까지 이슈화되면서 금융 산업의 소비자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들 사태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한국 금융회사들의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 점이 크다. 지난 2년간 금융위기를 겪은 해외 금융회사들이 각종 혁신과 투자를 통해 고객과의 새로운 신뢰 창출로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는 데 반해,한국 금융회사들은 인수 · 합병(M&A)과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고민하면서 유기적 성장에 필요한 내부 투자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또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예상하지 못한 위기나 사건,손실들이 명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평소에 현재 상황 혹은 잠재적인 위협을 관리해야 하지만,이런 부분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이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금융분야에서 효과적인 평판 관리를 위해서는 평판의 속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주요 이해관계자가 평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핵심 요인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는가를 파악하고,평판 관리 전략과 비즈니스 목표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지,평판 관리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 역량 및 문화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평판 관리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인력과 역량,방법 등을 정의해야 한다. 또 지속적으로 평판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지식,기술,행동양식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평판을 관리하고,현재 상황 혹은 잠재적인 위협을 관리해야 한다.

배교식 < 액센츄어코리아 경영컨설팅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