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텅 빠진 머리숱.바싹 마른 몸.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카랑카랑한 하이톤의 목소리는 40분간 변화가 없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 · 사진)는 6일(현지시간) 지난 3월 아이패드2 발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3개월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 'WWDC 2011'에 나타났다. 그는 차기 핵심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직접 설명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10시 즈음.무대가 어두워지며 1960년대 활약한 미국 흑인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경쾌한 노래 '아이 필 굿(I feel good)'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행사 시작을 알렸다. "좋아,좋아 널 가졌으니까(So good,so good,I got you)"라는 가사의 후렴구 소리가 작아지면서 애플 임직원들과 특별 초대 손님들이 앉은 앞줄에서부터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잡스는 다소 큰 걸음걸이로 연단 위에 올랐다. "무척 멋진 아침입니다(It is awesome morning)"가 그의 첫 일성이었다. 한 참석자가 "사랑합니다"고 외치자 잡스는 "그런 마음이 도움이 된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 "여기는 애플이 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소"라며 "역대 최대 인원인 5200명이 참석했는 데도 입장권이 2시간 만에 동났다"고 말했다.

이어 잡스 대신 두 명의 수석 부사장이 1시간20분간 애플의 '맥' PC용 운영체제(OS) '라이언'과 모바일 기기용 OS 'iOS 5'를 발표했다. 잡스는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하는 세 번째 순서에 모습을 다시 드러내 40분간 차분한 목소리로 자사 서비스를 설명했다.

아이클라우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이미지는 클라우드를 상징하는 구름 아이콘과 그 밑에 나열된 아이폰, 아이패드,아이팟터치,맥 등 다섯 개가 전부였다. 그는 간단한 이미지에 약간의 제스처를 더해 어려운 클라우드 개념을 완벽하게 설명했다. 애플이 초기에 개발한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미(mobileMe)에 대해서는 가감 없는혹평을 날림으로써 진정한 프로 개발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모바일미의 연락처 일정 메일 앱들을 모두 치워버렸다(threw away)"면서 "아이클라우드는 이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만든 결과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여기서 멈출 순 없다(We couldn't stop here)" 등 개발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화술을 구사하며 청중의 관심을 끊임없이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잡스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그의 건강이 완전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 ABC방송 간판 기자 닐 카린스키는 "걸음걸이에 흔들림이 없었고 기력이 있어 보였지만 지나치게 말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잡스가 발표 중간 검은색 티셔츠 팔 부분을 걷었을 때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야윌 대로 야윈 팔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샌프란시스코=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