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세를 견인해 온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의 엔진에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상승률 상위권을 휩쓸던 화학 정유사들의 심상찮은 주가 흐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7일 13.76포인트(0.65%) 하락한 2099.71로 마감,2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락폭으로 보면 무난한 조정장세지만 화학업종 지수가 2.84%(169.21포인트)나 급락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 정유주가 높아진 주가 수준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리며 당분간 조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가 변수를 감안해도 3분기 이후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 주도주 복귀는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주도주 이탈인가,일시적 조정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결정할 것이란 소식으로 사흘째 비실대던 정유주들이 이날 추가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5.79%(1만3500원) 하락해 21만9500원으로 내려앉았다. 장중 7%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3.42%(5000원) 하락해 14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이 종목은 최근 3거래일간 주가 낙폭이 9.26%다.

유가와 실적의 연관성이 높은 화학주도 동반 약세다. LG화학은 1.10%(5500원) 하락한 49만4500원에 마감,나흘 연속 약세다.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 소식으로 기관 등의 투매 타깃이 된 OCI도 4.20% 밀렸다. OCI는 최근 3일 동안 17.67% 급락, 40만원대 지지가 불투명해졌다. 또 한화케미칼이 7.75%,호남석유화학도 3.41% 하락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급락세가 기조적인 하락 전환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박연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유 화학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 때문에 조정받고 있지만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2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돌고 있는 데다 중국 일본의 여름철 전력 수요,일본 재건 수요 등을 바탕으로 실적과 주가가 머지 않아 모멘텀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유 있는' 주가 차별화 행보

올해 국내 정유 화학주들은 주가 상승률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 업체를 압도했다. 금호화학 주가가 올 들어 70% 이상 치솟아 전 세계 주요 화학주 중 상승률이 가장 높고,에쓰오일 한화케미칼 등도 50% 이상 급등했다.

BASF(4.5%) 로열더치셸(-3.0%) 엑슨모빌(11.0%) 등 글로벌 화학회사들의 올 수익률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상승세다. 아시아권에서도 중국 페트로차이나(6.9%)만 소폭 올랐을 뿐 일본 미쓰비시화학 등 대부분은 뒷걸음질쳤다.

화학주의 선전 배경으로는 중국의 고성장과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이 거론된다. 박재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수급이 빠듯해졌고 중국의 합성섬유 수요도 지난 4월까지 급증했다"며 "이 외에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비스페놀 등 납사를 원재료로 활용하는 국내 기업들에 수혜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체질 개선도 주가 재평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범용 제품에 집중한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 화학회사들은 다각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시켰다"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은 2차전지 LCD(액정표시장치) 태양광시트 등 정보기술(IT) 관련 수요가 몰리며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성태/김유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