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중공업회사로 우직함과 다양성을 자랑한다. 세계 최대 조선사업을 영위하면서 해양플랜트,발전플랜트,엔진,건설기계,전기전자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사업부 간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그린에너지 사업부를 신설해 풍력과 태양광발전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다만 큰 몸집만큼 의사결정이 다소 느리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비(非)조선 강화로 종합중공업사 도약

현대중공업은 금융위기 이후 조선산업이 불황을 맞자 사업 다각화에 더욱 노력했다. 이에따라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 비중이 크게 높아졌고,풍력과 태양광 발전에서도 대규모 증설을 계획 중이다. 내년에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부문에서만 매출 2조원(전체 매출의 8%) 이상을 올린다는 목표다. 초고압 변압기 부문도 미국,인도에 대규모로 증설 중이다. 앞으로 그린에너지와 전기전자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40% 선으로 확대되고 조선부문은 3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예상 설비투자액은 4725억원이다. 2008년 1조6380억원,2009년 1조43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사업부별 투자비중은 더 크게 변했다. 조선부문의 투자액을 대폭 줄인 반면 전기전자 부문(초고압변압기,태양광,풍력발전 등) 등 비조선 부문 투자는 크게 늘려 잡았다. 이 같은 투자 방향이 글로벌 종합 중공업업체로의 발전을 이끄는 최대 동력이다.

또 다른 장점은 사업부 간 시너지가 높다는 점이다. 선박과 플랜트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경쟁사들에 비해 자체 조달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조선사업의 경우 선박용 핵심 기자재와 주요 부품들은 직접 제작한다. 발전플랜트도 보일러 등 주요 기자재를 직접 제작할 뿐 아니라 설계와 시공까지 가능하다.

엔진사업부가 있어 주엔진과 보조엔진까지 직접 생산한다. 프로펠러와 데크 등도 직접 제작해 원가경쟁력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전기전자사업부의 생산제품은 조선,발전플랜트,해양플랜트는 물론 풍력 · 태양광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모두 연계돼 있다. 경쟁사보다 턴키 방식의 단독 수주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우수한 관리능력과 재무안정성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몇년 동안 연평균 12%를 웃돈다. 경쟁사들은 10%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 미쓰비씨중공업과 국내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등과도 큰 차이가 난다. 40여년간 동고동락한 외주업체들에 대한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확대해 원가절감에 노력해 왔고,대규모 원자재 구매를 통해 거래처 관리능력도 키워 왔다.

투자 재원도 넉넉하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하노콜홀딩스,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의 법정소송에서 승소해 지난해 8월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지분율이 91.13%로 높아져 이 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분법 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분 취득을 위해 빌린 차입금의 이자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흑자규모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보유지분도 94.92%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이 기업 인수 · 합병 등으로 대규모 재원이 필요할 때 두 회사의 상장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유사시 대규모 자금조달에 따른 시장충격을 줄일 수 있어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공룡처럼 느린 의사결정이 단점

현대중공업은 회사의 덩치만큼이나 의사결정이 느리고,특유의 고집스런 정책과 문화가 있다. 이는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면에서 뒤처질 수 있는 요인이다. 예컨대 지난 10여년간 드릴십과 반잠수식 리그선 등의 시추설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 투자와 수주가 모두 부진했다. 경쟁사들이 해양 시추설비 분야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비해온 것과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수주에 전념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 시점에서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또 최근 대규모 발주가 이어지는 드릴십 시장에서 최대의 수주실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느린 의사결정은 수주경쟁력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큰 몸집에 순발력까지 보완된다면 세계 최대 중공업체로서 최강의 경쟁력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kijong.sung@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