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0회 공연을 마친 유영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고려대 교수 · 55)은 "올 가을 인천에서 공연하면 10만 관객 기록을 세우게 된다"며 "고사 직전의 창극이 대중적 음악극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소리 '심청가'를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청'은 2006년 9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돼 호평을 받았고,2007년 국가브랜드공연으로 지정된 이후 매년 5월 국립극장 무대에 서왔다. 초기 제작비는 3억원에 불과했다. 재공연(12회 기준)예산 약 1억6000만원으로 이뤄낸 결과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극 '청'은 '효녀 심청'의 '효녀'도 심봉사의 성씨 '심'도 버렸다. 유 감독은 "꽃다운 나이에 자신을 버린 한 소녀의 내면에 집중한다. 인간의 고뇌,죽음을 앞둔 상황의 갈등과 번민을 다루기 때문에 잘 알려진 스토리인데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며 "요즘 젊은 세대나 외국인도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스토리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극의 뿌리는 판소리다. 원각사 무대가 1902년 생기면서 창극 초창기에는 기존 판소리 다섯바탕을 부분창으로 나눠 공연했고,1908년 최초의 창작창극 '은세계'가 탄생했다. 1950년대 말까지 인기 대중예술이던 창극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새로운 대중문화가 유입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청'은 음악도 무대도 확 바꿨다. 음악은 기존 창극의 수성(隨聲 · 소리꾼이 소리를 하면 악기가 즉흥적으로 따라오는 것)을 버렸고,무대도 회전하면서 입체감을 더했다.
악단은 국악관현악단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악보를 보며 연주하고,소리꾼들은 지휘자를 바라보며 노래한다. 콘트라베이스,첼로,팀파니 등 서양악기도 등장한다. 연출은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전공한 김홍승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았다.
"2006년 초연을 앞두고 배우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어요. 창극 배우들과 지휘자가 싸우는 통에 위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유 감독은 "잘 만든 창극 한 편은 서양의 뮤지컬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고 웅장한 스케일을 품을 수 있다"며 "'청'이 그랬듯 더 많은 전통 작품이 창극으로 재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