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1993년 디지털 백과사전인 'MSN 엔카르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 세계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밀려 2009년 3월 이 사업을 중단했다. MS는 백과사전 사업을 위해 전문 작가와 편집인을 영입하고 이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했지만,자기 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네티즌들을 이길 수 없었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위키피디아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기업 MS를 이긴 힘은 무엇일까.

흔히 '인센티브(incentive)'라고 하면 성과급과 같은 금전적 보상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위키피디아의 성공에서 보듯 자발적인 동기를 만드는 내재적 인센티브가 사람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기업 경영은 결국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내재적 인센티브를 찾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재적 인센티브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업무에 대한 가치 부여가 필요하다.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익만을 목표로 삼으면 인간의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없으며,사회의 중요하고 고결한 목표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옳은 일'을 하려는 욕구가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을 가질 때 업무 효율은 극대화된다. 제약회사 암젠은 '우리는 죽음을 물리치는 기업'이라는 가치를 전 직원이 공유해 설립 20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적절한 목표를 부여해 구성원의 몰입을 유도하고 긍정적 피드백을 줄 때 내재적 인센티브는 커진다. 몰입은 개인의 역량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할 뿐 아니라 창의성의 핵심 요소다. 몰입 상태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모른 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며,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도 있다. 개인의 역량을 고려한 도전과제를 주면서 적절한 시점에 성과 평가를 통한 피드백을 해 주는 것이 몰입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재적 인센티브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실패도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자신이 제안한 일에 대해서는 흥미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기업 구성원의 잠재력은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과제를 제안하며 도전할 수 있는 풍토 속에서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다.

일본의 진공설비 제조업체인 알박은 직원들이 스스로 제안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중단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당장은 쓸모가 없더라도 결국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돼 언젠가 활용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2009년 시판해 100억엔의 매출을 올린 반도체클리닝 장치는 20년 전에 실패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이다.

구성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때 내재적 인센티브는 커진다. 미국의 온라인 신발 판매회사 자포스는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자율성을 줘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콜센터 업무는 매뉴얼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회사는 상담원들에게 '고객 만족'이라는 간단한 목표만 부여했다. 그러자 상담원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고객을 대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일수록 금전적 보상보다는 자발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내재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기업은 직원 스스로가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활용해야 한다.

위종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ongbum.wi@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