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철 칼럼] 최고 이자율 30% 제한의 허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민정책이 되레 서민 잡을수도
선거 급해도 시장원리 존중돼야
선거 급해도 시장원리 존중돼야
모든 금전거래의 최고 이자율을 연 30%로 제한하겠다는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은 지난해 당내에 서민정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고개를 들었다. 친(親)서민정책의 선구자를 자임하는 일부 의원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도 급격한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들어 반대함에 따라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복한 듯했다.
선거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4 · 27 재 · 보선에서 참패한 여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에 몸을 떨고 있다. 그 여파가 반값 등록금 같은 친서민 냄새가 나는 정책은 무엇이든 붙잡아보겠다는 조급증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6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최고 이자율 30% 제한 입법'을 다시 들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이 의장의 욕심대로 모든 금융거래의 최고 이자율을 일거에 연 30%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친서민정책의 백미요,이 정권의 최대 역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 좋아할 것 같은 이 정책은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서민금융회사의 원가구조는 자금조달비용 5~12%,대손상각비용 5~10%,모집인 중개수수료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15~20%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고원가 구조 때문에 대부업체의 소액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1.2%였다. 여신금융회사는 연 32.8%, 저축은행도 연 37%에 달했다.
만일 최고금리를 연 30%로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자금조달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수신 기반이 없는 대부 업체나 캐피털 업체의 속성상 쉽지 않다. 부실대손비율을 떨어뜨리는 것도 단숨에 될 일은 아니다. 마진을 줄이면 되겠지만 이 경우에도 인하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다. 남은 것은 대출고객을 끌어오는 모집인에게 나가는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이다.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자칫하면 수만명의 모집인들이 일손을 놓아야 할지 모른다. 돈값인 금리는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정교한 가격구조의 결정판이어서 이처럼 한 칼에 바꾸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최고 이자율을 일시에 연 30%로 낮춘다면 대부업체나 캐피털 회사들은 신용도가 최저 수준인 서민들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떼일 가능성이 높은 대출부터 털어내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십만명이 추가로 불법 사채에 손을 내밀어야 할지 모른다.
이는 사(私)금융을 양성화하려는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가 서민들이 이자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최고 이자율을 현행 연 44%에서 연 39%로 점진적으로 내리려는 것도 급격한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정책위에서조차 급격한 대출금리인하를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시장원리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의욕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친서민을 내세운 포퓰리즘이 서민들의 금융사다리 걷어차기로 귀착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외면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대부 업체나 캐피털 회사의 조달금리가 낮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입제한을 풀고 신용정보 공유를 확대해 부실대손비율을 줄이는 등의 금융인프라 확충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비용 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길이다.
최근 동반성장정책,기름값 및 통신요금 인하등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시장경제원리와 점점 멀어져 간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시장원리에 대한 정부의 믿음마저 뿌리째 흔들리는데 정치권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고 해도 시장을 죽이는 정책까지 들고나와서야 되겠는가.
고광철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선거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4 · 27 재 · 보선에서 참패한 여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에 몸을 떨고 있다. 그 여파가 반값 등록금 같은 친서민 냄새가 나는 정책은 무엇이든 붙잡아보겠다는 조급증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6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최고 이자율 30% 제한 입법'을 다시 들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이 의장의 욕심대로 모든 금융거래의 최고 이자율을 일거에 연 30%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친서민정책의 백미요,이 정권의 최대 역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 좋아할 것 같은 이 정책은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서민금융회사의 원가구조는 자금조달비용 5~12%,대손상각비용 5~10%,모집인 중개수수료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15~20%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고원가 구조 때문에 대부업체의 소액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1.2%였다. 여신금융회사는 연 32.8%, 저축은행도 연 37%에 달했다.
만일 최고금리를 연 30%로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자금조달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수신 기반이 없는 대부 업체나 캐피털 업체의 속성상 쉽지 않다. 부실대손비율을 떨어뜨리는 것도 단숨에 될 일은 아니다. 마진을 줄이면 되겠지만 이 경우에도 인하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다. 남은 것은 대출고객을 끌어오는 모집인에게 나가는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이다.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자칫하면 수만명의 모집인들이 일손을 놓아야 할지 모른다. 돈값인 금리는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정교한 가격구조의 결정판이어서 이처럼 한 칼에 바꾸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최고 이자율을 일시에 연 30%로 낮춘다면 대부업체나 캐피털 회사들은 신용도가 최저 수준인 서민들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떼일 가능성이 높은 대출부터 털어내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십만명이 추가로 불법 사채에 손을 내밀어야 할지 모른다.
이는 사(私)금융을 양성화하려는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가 서민들이 이자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최고 이자율을 현행 연 44%에서 연 39%로 점진적으로 내리려는 것도 급격한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정책위에서조차 급격한 대출금리인하를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시장원리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의욕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친서민을 내세운 포퓰리즘이 서민들의 금융사다리 걷어차기로 귀착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외면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대부 업체나 캐피털 회사의 조달금리가 낮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입제한을 풀고 신용정보 공유를 확대해 부실대손비율을 줄이는 등의 금융인프라 확충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비용 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길이다.
최근 동반성장정책,기름값 및 통신요금 인하등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시장경제원리와 점점 멀어져 간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시장원리에 대한 정부의 믿음마저 뿌리째 흔들리는데 정치권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고 해도 시장을 죽이는 정책까지 들고나와서야 되겠는가.
고광철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