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게임업체들이 재계약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 개발과 유통을 따로 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 상 재계약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이다. 게임 출시 때는 퍼블리셔(유통사)가 '갑'이었다가 흥행 이후에는 '을'이 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8일 낮 12시 45분 현재 CJ E&M은 전날보다 2400원(5.26%) 내린 4만3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총싸움 게임 '서든어택'의 재계약이 무산된 영향이다. '서든어택'은 CJ E&M 게임부문 매출의 30% 가까이를 책임지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이다.

재계약 무산은 예견됐었다. 이 게임을 개발한 게임하이가 지난해 온라인 게임사인 넥슨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마케팅 능력이 풍부한 넥슨이 인기게임 '서든어택'을 경쟁사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서든어택'의 재계약 무산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자 CJ E&M은 게임 부문의 수장이 사퇴하기에 이른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재계약 이슈는 비단 CJ E&M에 국한하지 않는다. 인기 게임인 경우에는 재계약 무산 우려가 늘 있다.

당장 이달 말 JCE의 히트작 '프리스타일'이 중국 퍼블리싱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JCE는 중국 퍼블리셔 T2CN과 지난달 재계약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T2CN이 '프리스타일' 이외에 '프리스타일 축구' 등도 함께 계약할 것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어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약이 안 되면 '프리스타일'의 JCE 중국 매출은 당분간 공백 상태가 된다. 국내와 달리 중국에서 게임을 새로 유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T2CN이 재계약에 뜸을 들이는 것도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CE의 주가가 재계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T2CN의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JCE 주가는 지난 4월 20일 장중 2만7450원으로 고점을 찍고 한 달여만에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2CN 매출의 90% 이상이 프리스타일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재계약 무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만약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로열티 35억원이 손실로 발생하고, T2CN 지분 10.5%에 대한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미국 EA사(社)로부터 들여온 '피파 2' 또한 재계약 이슈가 늘 상존한다. 작년 7월 이미 서비스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피파 2'가 크게 성공하자 일각에서는 EA가 후속작을 내놓고 직접 퍼블리싱 할 것으로 봤다.

'피파 2'의 경우 네오위즈게임즈가 퍼블리싱 뿐 아니라 게임 개발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후속작 '피파 3'가 나오면 얘기가 달러진다. 두 회사간 돈독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EA 입장에선 시장성을 검증한 게임의 수익을 나눠 가질 이유가 많지 않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재계약 이슈도 안고 있다. 개발사 스마일게이트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직접 퍼블리싱도 맡을 것이란 우려다. 하지만 계약 종료가 2013년 7월이어서 아직은 섣부른 우려란 지적이다.

게임업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게임 개발 초창기엔 개발사가 '을'이고 유통사가 '갑'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게임이 흥행하면 입장이 뒤바뀐다"며 "이 때문에 흥행작의 경우 늘 재계약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