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을 성사시킨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주주총회 통과라는 최종 관문을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믿었던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낮아진 기관 지분율로 특별의사정족수마저 채우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영스팩1호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곳은 최대주주인 KTB자산운용뿐이다. KTB자산운용은 신영스팩1호 지분 10.62%를 가지고 있다. 신영스팩1호는 내달 8일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신영스팩이 주총에서 합병안을 의결하려면 KTB가 찬성하더라도 22.72% 이상의 의결권을 더 확보해야 한다.

합병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총 의결권주식의 3분의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하지만 주요주주인 기관의 보유지분이 3분의 1에도 못 미쳐 일반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주주명부 상에 이름과 주소 등만 기재돼 있고, 연락처는 없어 의결권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보통결의는 예탁결제원에서 주식을 빌려와 찬성과 반대의 비율대로 의결권수를 가산할 수 있는 섀도우보팅(Shadow Voting)이 가능하지만 특별결의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신영스팩 관계자는 "기관의 경우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어 주총 참석이나 의결권 위임의 요청이 쉽지만 일반투자자는 일일이 주총 참석이나 의결권 위임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파악된 기관의 지분은 20% 가량으로 합병안 승인을 위한 의사진행을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영스팩은 원활한 합병주총 진행을 위해 합병 대상기업인 알톤스포츠 홍보에 전념, 일반주주의 참석과 합병 찬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아직 합병대상을 찾지 못한 스팩들도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상장 이후 주가흐름이 공모가를 웃돈 스팩의 경우 기관들의 매도로 특히 기관 지분이 낮았다. 대우증권스팩은 5% 이상 주주가 동부자산운용(10.47%) KTB자산운용(7.35%) 교보생명보험(5.28%) 등으로 보유지분이 23%가량이었고, 미래에셋스팩1호는 동부자산운용(5.03%)만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5% 이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을 합치면 합병안 의사진행 정족수인 의결권 33.33% 이상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내는 것도 문제다.

내달 6일 합병주총이 예정된 HMC스팩1호는 동부자산운용(10.21%)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6.56%) 등이 5% 이상 주요주주다.

HMC스팩 관계자는 "아직 주주확정일이 지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정기주총 당시 기관 비중이 50% 정도로 합병안의 의사진행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찬성 의사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기관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과 블리스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대신스팩의 합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3개 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신스팩 지분은 14.05%에 이른다. 이에 대신스팩은 예정됐던 합병주총을 연기해 버렸다.

이같은 문제들은 스팩들이 피합병 회사에 대한 홍보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갑래 세종대학교 교수는 "현행 규정에서는 합병 대상기업의 수익가치 산정을 2개년도의 예상 단기순이익에 자본환원율 10%를 적용해 대상기업을 저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합병대상이 저평가됐다는 것은 스팩 주주들에게는 이익인 데도 합병에 난항을 겪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법상 특별결의 규정이 경직돼 스팩 합병의 저해요소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알려져 있던 사안"이라며 "스팩에서 대상기업의 매력을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