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8일 서울대학교 정현석 교수, 이창우 박사 연구진이 양자 중첩의 크기와 정도를 동시에 측정하고, 수치로 정량화하는 일반적·효율적인 척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양자 중첩은 한 물체가 떨어진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효과를 보이는 현상으로 원자나 전자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미시적 세계'에서 관측된다.

이 기묘한 현상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시적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전 세계 물리학자들은 보다 큰 물리계를 양자 중첩상태로 만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이 상태를 '거시적 양자 중첩상태'라고 부른다.

실험으로 구현된 거시적 양자 중첩상태를 수치로 정량화하는 것은 그러나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연구진은 양자 중첩의 물리적 크기와 정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해외 연구팀에서 양자 중첩의 정량화 척도를 고안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특정 형태의 중첩 상태에만 적용할 수 있는 등의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양자 중첩의 물리적 크기’와 정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자 중첩을 수치로 정량화하는 일반적인 척도를 만드는 것은 난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현석 교수팀은 양자역학적 위상 공간에서 나타나는 간섭 패턴을 수치화해, 양자 중첩의 크기와 정도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양자역학적 위상공간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적용되는 추상적인 공간이다. 이 위상공간에서 거시적 양자 중첩상태는 미시적 중첩상태에 비해 더 높은 진동수의 간섭 패턴을 보인다.

정 교수팀은 이 점에 착안해 위상공간에서 나타나는 간섭패턴의 진동수와 진폭을 계산하여 양자 중첩의 크기를 일반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정현석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중요한 현상인 양자 중첩을 수치로 정량화할 수 있는 일반적이면서 효율적인 도구를 갖게 됐다"며 "이는 양자역학을 거시적으로 검증하고,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틀을 만드는데 중요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3일 게재됐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