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대외변수 부담에 닷새째 하락해 2080선으로 내려앉았다. 장중 120일 이동평균선(2071)을 밑돌기도 했으나 낙폭을 다소 줄여 장을 마쳤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36포인트(0.78%) 내린 2083.35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닷새째 내림세를 이어간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오름세로 장을 출발했다. 장 초반 2110선 회복을 시도한 후 하락 반전한 지수는 기관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낙폭을 확대, 한때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기관이 닷새째 '팔자'에 나서 운수장비, 전기전자, 건설, 화학 업종을 위주로 21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821억원, 359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쿼드러플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를 앞두고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돼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익거래는 1953억원 매도 우위, 비차익거래는 1043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910억원 순매도로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 철강금속이 기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냈다. 고려아연이 5% 넘게 뛰었고, 현대제철이 2%대 상승했다. 금융업 진출설을 부인한 포스코는 상승폭을 줄여 장을 마쳤다.

이와 함께 은행, 서비스, 전기가스, 운수창고 등의 업종이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물을 내놓으면서 자동차, 조선주가 속한 운수장비가 2%대 밀렸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삼인방이 동반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5%대 급락했다.

건설업종도 기관의 '팔자'에 3%대 밀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체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포스코, 신한지주,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시총 1∼10위 종목들이 모두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조정장에서도 CS유통을 인수한 롯데쇼핑을 비롯해, 대상, 롯데삼강, 롯데칠성, 오리온, LG패션이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내수주들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원양자원은 공시를 통해 보유 선박에 대해 해명하면서 10%대 뛰어 장을 마쳤다.

증권업계에선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남아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 회복 둔화 부담이 커지면서 지수가 장중 경기선을 밑돈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미국 2차 양적완화(QE2) 종료 전 유동성 우려와 미국 경제지표 둔화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경기선을 장중 하회했다"며 "다만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며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선까지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되 이 수준에선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란 평가다.

이에 이달 이벤트들을 대거 앞두고 단기적으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오는 9일 쿼드러플위칭데이와 1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지나면 이달 말께 그리스 지원 구체안,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여부,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들이 대기해 있다.

그러나 중기적인 관점에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가정한다면 이를 매수 기회로 삼을 만 하다는 조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발 악재와 미국 경기 둔화 불안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았지만 국내 경기의 상승 속도가 훼손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늘리기 좋은 시점"이라며 "철강업종과 주도주 가운데선 화학·정유 업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상한가 7개 등 292개 종목이 올랐다. 518개 종목은 내렸고 74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