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규모의 허위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수감됐던 김모씨(34)는 최근 교도소에서 '수백억원'을 벌고 나왔다.

그는 유통업체 경리직원 시절 저지른 범죄로 구속됐다가 2009년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벌금 360억원의 확정 판결로 풀려났다. 360억원 가운데 220억원은 기존 110일간의 수감기간을 하루 2억원 벌금 납입으로 환산해 탕감받았다. 그는 남은 벌금을 내지 않고 도피하다 지난해 검거돼 나머지 140억원도 하루 '2억원짜리' 노역으로 처리했다. 실제로 몰수 혹은 추징당한 돈은 한푼도 없었다.

벌금 미납 액수를 기간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는 '환형 유치'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등 사례와 같이 수백억원의 범죄 수익을 챙기고 나서 하루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을 교도소 노역으로 탕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환형 유치로 벌금을 대신한 액수는 5000억여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행 형법 69조,70조 등에서는 벌금을 선고할 때 납입하지 않는 경우의 유치기간(3년 이하)을 정해 동시에 선고하고,납입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해 복무토록 하고 있다. 예컨대 100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면 최대 1000일 정도가 환형 유치할 수 있는 기간이므로 "1억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유치한다"는 식으로 선고한다.

따라서 아무리 큰 규모의 경제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3년 동안 하루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벌금을 탕감받다가 나오는 셈이다.

최대 3년이 아닌데도 거액의 벌금을 면제받기도 한다. '유치기간 1일당 얼마씩 탕감해줘야 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어 판사들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도 집행유예에 벌금 150억원을 선고받아 풀려나기 전 1년에 가까운 구금일수에 대해 하루 벌금 3000만원씩을 탕감받았다.

최대 3년의 환형 유치기간을 감안하면 1일에 1500만원 정도만 감해줘도 됐지만 재판부는 '인심을 후하게' 썼다. 신 회장과 함께 벌금 42억원이 선고된 I사 대표 김모씨에 대해서는 182일에 대해 하루 5000만원씩을 감해줬다.

법무법인 디지털밸리의 조준행 변호사는 "환형 유치 산정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법 조항에서 벌금과 함께 범죄수익을 몰수 · 추징하는 조항을 늘려 끝까지 검은 돈을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환형유치(換刑留置)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3년 이내의 기간 동안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제도.형법 69~71조에 명시돼 있다. 교도소에 있을 때는 일반 수용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