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조문화는 정말 특이합니다. 독일과는 너무 다르죠."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 보쉬의 르네 렌더 부사장에게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의 노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시의 포이어바흐 공장에서 만난 렌더 부사장은 "현대 · 기아자동차가 협력회사인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보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렌더 부사장은 1987년 보쉬에 입사해 24년째 근무하고 있다. "입사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유성기업이나 현대차 노조와 같은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다"며 "노사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회사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등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쉬의 포이어바흐 공장은 4조3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문이 끊겨 한때 공장이 멈춰서고,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때도 노사는 고통분담을 위해 협력했다. 노조는 주4일 근무를 하면서 월급을 적게 받았고,회사 측은 대신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렌더 부사장은 "노사는 1년에 두 차례씩 대화를 갖고 경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유한다"며 "노조 역시 파업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 측은 과감한 연구개발(R&D)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매년 매출 중 8~10% 정도를 R&D에 투자하는 덕분에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도 전년보다 20억유로 늘어난 473억유로(74조7300억원)"라고 소개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8일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시작했지만,올해도 만만치 않은 '외풍'이 우려되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의 분규는 계속되고 있고,금속노조는 이를 도화선 삼아 전국적으로 파업 분위기를 확산시킬 태세다. 한국 부품회사들이 보쉬와 같은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뭘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최진석 슈투트가르트(독일)/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