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계열사인 테크윈 내부 비리에 격노해 조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질타하면서 문제가 된 비리가 무엇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실시된 테크윈 경영진단과 관련해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삼성이 자랑하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며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앞으로의 대책도 미흡하다"고 질책했다.

이어 "해외의 잘 나가던 회사들도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많고,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우수한 감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감사 책임자의 직급도 높이고 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테크윈 오창석 사장은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상태다. 테크윈은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어 후임 대표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격노한 테크윈의 내부 비리가 K9 자주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위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테크윈이 조립, 생산하는 K9자주포는 그동안 오발 및 오작동으로 잦은 문제를 일으켜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K9자주포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조사 결과 K9자주포의 조향장치가 반대로 작동해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사태 때에도 일부 K9자주포가 작동되지 않아 성능 논란이 제기됐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테크윈의 경영진단을 실시한 것도 K9자주포 결함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러나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일일히 말할 수 없다"며 "K9자주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통념에 비추어 볼 때 비리 내용이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내부의 깨끗한 조직문화를 훼손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테크윈에서 촉발된 이번 감사가 다른 계열사까지 확대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