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은행장 17명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작년 9월 회동 후 9개월 만이다. 의원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겠지만 정상 기업까지 위축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 추진에 따른 논란을 의식,모임 2시간 전에 불참을 통보했다.

◆은행 최고경영자 총출동

이날 만찬에는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주요 은행장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서진원 신한은행장,김정태 하나은행장,조준희 기업은행장,하영구 씨티은행장,김태영 농협 신용대표,이주형 수협 신용대표,박영빈 경남은행장(지방은행 간사) 등이 얼굴을 비쳤다. 국회 쪽에선 허태열 정무위원회 위원장(한나라당) 등 법안심사소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신 회장이 2009년부터 이 모임을 주선해 왔지만 이날은 새로 취임한 행장들의 상견례를 겸하는 자리였다. 서진원 · 조준희 행장은 작년 12월,강만수 회장 · 이순우 행장은 올 3월 각각 취임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중국 교통은행과의 제휴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고,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론스타 측과 막판 협상 중이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과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저축은행 우려 한목소리

허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은행장들은 저축은행 사태와 부동산 PF 부실,금융권 정보기술(IT) 보안,우리금융 매각 등 금융권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의원들은 저축은행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저축은행 부실이 마구잡이식 PF 대출에서 비롯된 만큼 시중은행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의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이 지나치게 긴축 경영에 나설 경우 정상 기업마저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최근 부활했지만 은행 간 이해관계가 상충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해온 강 회장이 모임에 나오지 않으면서 당초 예상됐던 격론은 벌어지지는 않았다.

강 회장은 "자산 규모 5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은행이 필요하다"며 '산은지주+우리금융 합병'의 정당성을 역설해왔고,상당수 의원들은 "민영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대해왔다. 산은 관계자는 "의원과 행장들의 상견례 자리인데 자칫 분위기가 격앙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국회의원이 강 회장의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