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서 석유 증산 합의에 실패했다.이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 가격은 20분만에 2.7% 뛰어오르며 다시 종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를 비롯해 증산을 주장한 4개국은 현재 하루 석유 생산 제한량을 150만배럴 늘려 3030만배럴까지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현재 공식 생산량은 2008년 12월 정한 하루 2484만배럴이지만 지난 4월 OPEC 회원국들은 하루 261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등 사실상 쿼터 이상의 원유를 생산해왔다.OPEC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증산 제안은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글로벌 경기 회복을 둔화시키면 이것이 다시 석유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부메랑 효과’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지난 4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세계 경제에 해를 미칠 것이라며 OPEC의 증산을 요구했었다.

증산 합의 부결 배경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내부 역학 관계의 변화 및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 불안을 꼽았다.통상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카르텔의 리더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는 OPEC 의장국인 이란을 필두로 석유 증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증산을 찬성한 국가는 사우디를 비롯해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이란을 중심으로 리비아 앙골라 에콰도르 등 나머지 7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이라크는 쿼터에 제한을 받지 않는 대신 의결권도 없다.올리버 야콥 페트로매트릭스의 수석이사는 “이란이 OPEC에서 사우디의 힘을 대체했다”고 말했다.또 걸프지역 산유국인 카타르는 리비아 반군을 지지하고 있으며 사우디는 시아파 반정부 시위대를 강력 진압한 수니파 바레인 정권을 지지해 시아파인 이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지난달 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100달러선을 넘었다.8일 WTI 7월물은 전일 대비 1.6% 오른 배럴당 100.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도 1.1% 상승해 배럴당 118.07달러에 거래됐다.미 에너지정보청(EIA)가 발표한 지난주 원유 재고량도 전주 대비 485만배럴 감소해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