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생각이라는 걸 할까. 사고나 판단 같은 고차원의 지능활동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닐까. 동물은 적어도 인간처럼 생각하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독일의 인지생물학자인 프리데리케 랑게는 이를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그는 《동물과 인간 사이》란 책을 통해 진화된 사고력과 행동양식을 지닌 동물의 참모습을 드러낸다. 책은 동물의 지능과 사고방식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인지생물학 지능실험실 격이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도 속임수를 쓰고 그것을 간파하며 다시 속이기도 한다. 자리돔과 청소놀래기 사이에서다. 악의적인 청소놀래기는 자리돔의 불량조직이나 기생충만 처치하지 않고 슬쩍슬쩍 건강한 조직까지 먹어치운다. 이를 알아챈 자리돔은 속임수를 쓴 청소놀래기를 잡아먹으려고 하거나 새로운 청소놀래기를 찾아간다.

손님을 잃은 청소놀래기는 가슴지느러미로 자리돔의 등을 자극하며 환심을 사려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개와 늑대,앵무새 등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행동을 보면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은 아님을 알게 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