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는 주관적이고 매혹적인 것이다. 사치의 근원엔 파스칼이 정의한 세 가지 욕망이 내재돼 있다.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망인 도미난디,자신이나 남을 위해 보다 나은 물건을 얻으려는 욕망인 카피엔디,감각과 관능에 대한 욕망인 첸티엔디가 그것이다. '

《사치와 문명》의 저자 장 카스타레드는 바로 이런 사치가 인류 문명을 이끌었다고 본다. 사치는 실용성에 앞서는 데다 본능적인 것이란 이유다. 사치는 실제 경제 성장과 중앙집권화된 정치 조직에 기반을 둔다. 왕정이 확고해지면 궁정은 화려해진다. 사치는 혁신과 교류 증대에 기여한다. 사치는 예술이며 산업이다.

적절한 사치는 문명의 자극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하고 무분별한 사치는 타락과 낭비를 불러 문명의 쇠퇴를 부른다. 역사로 봐도 사치는 문명의 전환점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스의 페리클레스,로마의 아우구스투스,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가 대표적이다.

책은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출신 경제학자 겸 역사학자인 저자가 사치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자 기울인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이집트의 피라미드,아테네의 판테온,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건축물부터 파라오와 솔로몬의 호사까지 인류가 꾼 꿈의 흔적이자 인간의 잠재력과 위대함을 전하는 각종 사치품을 추적했다.

왕들의 사치는 놀랍다. 파라오는 금은 식기를 사용했고,다윗과 솔로몬왕은 순금 왕좌에 앉았으며 알렉산더대왕은 순금 침대에서 잤다. 그리스에선 팔과 겨드랑이 털을 뽑은 뒤 향수를 뿌렸고,로마에선 화장품으로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코스메티케와 결점을 감추고 수정하는 코모티케 두 가지를 함께 사용했다. 재무상 카토(BC 234~149)는 결국 옷과 장신구 마차에 세금을 신설했다.

기원 후 세계 곳곳의 문명이 만들어낸 사치의 특성도 분석됐다. 타지마할로 대표되는 인도의 사치는 조화롭고,알함브라궁전에 나타난 이슬람식 사치는 세련되고,잉카는 경이롭고 아프리카는 마술적이며 중국은 철학적,일본은 절충적이란 식이다.

저자는 끝으로 한때 세계 명품 브랜드 매출의 30~40%를 차지했던 일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사치산업의 새로운 시장이자 거점으로 떠오른 BRICs(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의 흐름도 전했다. 러시아에선 억만장자가 속출하면서 희귀한 것을 넘어 유일한 것을 찾고,중국 또한 세계 명품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사치와 문명의 관계에 대한 길고도 집요한 추적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사치란 이솝이 말한 혀와 같다는 사실이다. 가장 좋은 것이자 가장 나쁜 것이란 게 그것이다. 문화가 없는 사치는 결국 폐허만 남겼다는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비싼 게 좋은 것이란 생각에 시달리는 이들을 질책하는 동시에 위로한다.

"사치의 본질은 아름다움과 선함에 대한 숭배,창조물에 대한 경의,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제대로 만든 물건과 작품에 대한 사랑이다. 사치는 육체와 본능의 욕망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요구다. 사치는 돈을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가라는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