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부하직원에 부정시키는 것 가장 나빠"
이건희 회장이 9일 또 다시 삼성그룹 전반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매주 화, 목요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는 이 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테크윈에서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며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 되고 안심이 되니깐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부패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부정부패엔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건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다. 자기 혼자 하는 건 몰라도 부하에게 부정을 시키면 그 부하는 나중에 저절로 부정에 입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하루 전인 8일에도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인 테크윈의 경영진단(감사)을 실시한 결과에 대한 질타의 발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회장은 감사 결과를 보고 받고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냐, 대책도 미흡하다"며 "해외에서 잘 나가던 회사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감사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