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 등 대외악재에 흔들리는 국내증시가 확인되지 않은 인수·합병(M&A)설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현대중공업이 M&A설 한복판에 서면서 증시 변동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노키아 인수설(說)에 전날 주가가 하락했다고 미국 온라인 금융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1.13% 내린 87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스마트폰 등 시장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올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노키아는 지난주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피인수설에 시달려왔다. 노키아가 MS 피인수설을 부인하자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인수 주체로 지목된 것.

그러나 해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인수해도 별 이득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피터 커닝햄 카날리스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매우 다른 노선을 걷는 회사"라며 "합병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밝혔다. 카날리스는 정보기술(IT) 분야 시장조사기관이다.

그는 "삼성은 급격히 성장하며 애플에 대항하는 새로운 태블릿PC도 출시한 반면, 노키아는 시장에서 퇴보하는 중"이라며 "삼성이 노키아 합병으로 얻는 이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날 현대중공업은 내부적으로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확정했다는 루머가 돌면서 5.57%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현대중공업은 곧바로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측도 "최대주주 등 지분매각과 관련해 관련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이닉스 채권단 측도 현대중공업과 인수에 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 매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하이닉스의 매각은 공고를 통해 2개월여간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을 계획이고 현대중공업이 관심이 있다면 그때 들어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선 현대중공업이 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끊이질 않았다. 조선·해양사업 부문의 비중이 높은 현대중공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반도체 시장 진출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예전에도 이와 관련한 루머가 돌았었는데, 이날에는 한 증권사 연구원 이름까지 거론돼서 여파가 컸다"며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서는 확실히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인수 여력은 갖추고 있다"며 "다만 시장에서는 태양광이나 엔진기계 부분 이외에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부각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