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검찰출석..조사결과에 촉각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9일 검찰에 소환됐다는 소식에 금감원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뒤숭숭한 모습이다.

현재로선 단순한 참고인 신분이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어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 원장의 검찰 출석은 금융감독위원회 시절부터 따지면 역대 4번째다.

이근영 전 원장과 이용근 전 원장이 각각 나라종금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고, 초대 원장을 지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의 와중에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원장의 경우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의 구명 로비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평소 친분이 있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와 제재 강도를 낮춰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주변에서는 김 전 원장의 꼼꼼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상 부산저축은행의 검사를 무마해달라는 은 전 감사위원의 청탁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초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일정이 잠시 미뤄진 것이나 감사원을 찾아가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두고 항의한 것도 정해진 절차를 지키고 조직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금감원의 생각이다.

다만, 김 전 원장이 스스로 결백을 주장하는 대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끝에 검찰에 출석한 점에서 `어딘가 켕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없지 않다.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아시아투자신탁의 임원을 지냈고, 금감원장 재직 시절 부인이 소유한 이 회사 지분을 매각한 게 차명이 아니냐는 의혹도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어찌 됐든 불과 3개월 전까지 조직의 수장이었던 김 전 원장이 검찰에 불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금감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직 원장이 검찰에 소환된 마당에 일선 직원의 금융회사 검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검찰이 조속히 의문점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