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택이가 말이지..."

"택이? 뭐야, 너 남자친구 생겼어?"

"아니 그게 아니고, 내 스타택 말이야."

1998년 봄 대학 캠퍼스에서 기자와 친구가 나눴던 대화다.

당시 휴대폰 가운데 가장 대접을 받았던 모델 중 하나인 모토로라社의 스타택(모델명: ST7760). 96년 출시 이후 2000년 단종되기까지 130만대 가량 팔린 인기 휴대폰이었다.

그 친구는 이듬해 '택'이를 버리고 새 휴대폰을 구입, 최근엔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타택을 비롯한 구형 흑백액정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만5000명 K씨가 흑백폰 '스타택' 과 이별하는 사연
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스타택처럼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된 일부 흑백액정폰을 사용하고 있는 자사 가입자는 1만5000명에 달한다.

막대폰으로 불렸던 삼성전자 SCH-100부터 LG전자의 플립핸드폰인 LGC-P04, 노키아의 구형 폴더폰까지 종류별로 다양하다.

당시엔 모두 70만원~100만원 가량 하던 고가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추억 속의 휴대폰이 돼 버렸다.

하지만 이들도 추억의 폰과 이별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SK텔레콤이 6월 30일자로 일부 주파수를 국가에 반납함에 따라 해당 주파수로만 통화가 가능한 흑백액정폰 사용자들은 더 이상 통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반납예정 주파수로만 통화할 수 있는 휴대폰은 기기를 교체하거나 주파수 설정을 변경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9월부터 대상자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공지한 결과 기존 사용자 15만명 가운데 90%는 이미 변경 작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남아있는 1만5000명 가운데는 회선만 살려두고 실제 전화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SK텔레콤은 단말기를 아예 교체해야 하는 대상자들에게는 새 피처폰(일반폰)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있고, 주파수 설정만 바꾸면 되는 기종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리점에서 이를 변경해주고 있다.

휴대폰을 바꾸게 되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 요금제, 부가혜택 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