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국민연금] (4ㆍ끝) 정부독점 깬 칠레 연금…정치적 악용 사라지고 고갈 문제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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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끝) 경쟁체제 도입하자
칠레, 개인계좌 적립방식…1년에 4번 운용사 자유선택
싱가포르, 정부가 관리하지만 '원금+투자수익'만 지급
낸 만큼 받아가는 구조가 최선…한국도 연금 개혁 서둘러야
칠레, 개인계좌 적립방식…1년에 4번 운용사 자유선택
싱가포르, 정부가 관리하지만 '원금+투자수익'만 지급
낸 만큼 받아가는 구조가 최선…한국도 연금 개혁 서둘러야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기금이 언젠가는 고갈되고,그 시점은 저출산 ·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가 고착할수록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성이 없는 국민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년 주기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거나,급여액을 줄이거나,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식의 개혁은 고갈 시점을 일부 연장하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고갈 문제를 민영화로 해결한 칠레,개인이 적립한 금액에 운용수익률만 더해 받아가는 싱가포르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영화 전환한 칠레 연금
칠레 정부는 1981년 연금 제도를 정부 독점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했다. 1924년 도입한 연금의 만성적인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바뀐 제도의 핵심은 '개인연금저축계좌(PSA)'로 불리는 개인계좌 적립 방식을 도입한 점이다. 모든 연금 가입 대상자는 개인 명의의 계좌를 갖고,여기에 매월 일정액을 적립한 뒤 정부가 허용한 연금관리회사(AFP) 21곳 중 마음에 드는 한 곳을 골라 운용을 맡기는 식이다. 연금관리회사의 수익률 등을 직접 비교해가며 1년에 네 번씩 다른 회사로 옮겨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은퇴 후 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그동안 적립한 원금에다 운용수익을 합친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다.
연금 제도를 바꾼 효과는 매우 컸다. 우선 연금재정 고갈 가능성이 사라졌다. 개인이 낸 만큼만 받아가기 때문에 연금이 적자를 낼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졌다. 연금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운용 수익률이 올라가는 부수 효과도 생겼다.
◆싱가포르의 혼합식 연금
싱가포르도 기본 운영 방식이 칠레와 비슷하다. 개인계좌식 적립 방식을 도입해 원금과 투자수익만큼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다른 점은 연금을 민영화하지 않고 정부가 관리하는 중앙공제기금을 통해 운용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연금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의료보험과 주택 구입을 위한 보험,교육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을 연금과 통합 관리한다는 점이다. 일반계좌(주택 구입과 교육을 위한 계좌),의료저축계좌(의료보험 계좌),특별계좌(노령연금 계좌) 등 3개의 사회보험 계좌를 운영하는데,개인들은 각각의 계좌에 별도로 적립한 뒤 서로 이체할 수 있다. 예컨대 병원을 자주 가 의료저축계좌에 잔액이 부족해지면 일반계좌 적립금을 의료저축계좌로 이체하는 식이다. 직장 근로자는 3개의 계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총 보험료 부담이 소득의 30%로 매우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경쟁 체제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한국도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연금 급여액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높이는 식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개인이 적립한 원금에 연금공단이 운용해 얻은 수익만큼을 더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금 개혁에는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가장 큰 적"이라며 "연금이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국민연금을 민영화하거나 민간에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와 사회 연대를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의무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은 세금에 맡기고 연금 가입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지속 가능성이 없는 국민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년 주기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거나,급여액을 줄이거나,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식의 개혁은 고갈 시점을 일부 연장하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고갈 문제를 민영화로 해결한 칠레,개인이 적립한 금액에 운용수익률만 더해 받아가는 싱가포르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영화 전환한 칠레 연금
칠레 정부는 1981년 연금 제도를 정부 독점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했다. 1924년 도입한 연금의 만성적인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바뀐 제도의 핵심은 '개인연금저축계좌(PSA)'로 불리는 개인계좌 적립 방식을 도입한 점이다. 모든 연금 가입 대상자는 개인 명의의 계좌를 갖고,여기에 매월 일정액을 적립한 뒤 정부가 허용한 연금관리회사(AFP) 21곳 중 마음에 드는 한 곳을 골라 운용을 맡기는 식이다. 연금관리회사의 수익률 등을 직접 비교해가며 1년에 네 번씩 다른 회사로 옮겨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은퇴 후 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그동안 적립한 원금에다 운용수익을 합친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다.
연금 제도를 바꾼 효과는 매우 컸다. 우선 연금재정 고갈 가능성이 사라졌다. 개인이 낸 만큼만 받아가기 때문에 연금이 적자를 낼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졌다. 연금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운용 수익률이 올라가는 부수 효과도 생겼다.
◆싱가포르의 혼합식 연금
싱가포르도 기본 운영 방식이 칠레와 비슷하다. 개인계좌식 적립 방식을 도입해 원금과 투자수익만큼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다른 점은 연금을 민영화하지 않고 정부가 관리하는 중앙공제기금을 통해 운용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연금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의료보험과 주택 구입을 위한 보험,교육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을 연금과 통합 관리한다는 점이다. 일반계좌(주택 구입과 교육을 위한 계좌),의료저축계좌(의료보험 계좌),특별계좌(노령연금 계좌) 등 3개의 사회보험 계좌를 운영하는데,개인들은 각각의 계좌에 별도로 적립한 뒤 서로 이체할 수 있다. 예컨대 병원을 자주 가 의료저축계좌에 잔액이 부족해지면 일반계좌 적립금을 의료저축계좌로 이체하는 식이다. 직장 근로자는 3개의 계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총 보험료 부담이 소득의 30%로 매우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경쟁 체제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한국도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연금 급여액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높이는 식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개인이 적립한 원금에 연금공단이 운용해 얻은 수익만큼을 더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금 개혁에는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가장 큰 적"이라며 "연금이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국민연금을 민영화하거나 민간에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와 사회 연대를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의무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은 세금에 맡기고 연금 가입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