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불안한 한국 경제, 과도한 外資 쏠림이 또 금융위기 부를 수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롤러코스터 경제학' 펴낸 하성근 연세대 교수
핫머니 유출입 통제하고 국내금융 해외진출 늘려야
핫머니 유출입 통제하고 국내금융 해외진출 늘려야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에 드리웠던 먹구름은 가셨는가. 외화 유동성,주가 등 금융 변수만 보면 '위기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요인은 잠복돼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은 세계적으로 진행형이다. 안으로는 과도한 가계부채,계층 간 소득 양극화,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불거진 가운데 외국자본 유입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롤러코스터 경제학》(21세기북스,1만4000원)을 펴낸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 65)는 이 '과도한 외국자본 유입의 쏠림현상'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위기가 반복됐던 배경에는 과도한 외국자본 쏠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외국자본 유출입의 과도한 변동을 억제하는 장치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8일 연세대 상경대 본관연구실에서 하 교수를 만났다.
그는 외국자본 유출입에 압도적으로 영향을 받는 우리 금융시장의 '일방향 개방구조'에서 문제점을 찾는다.
"경제력이 좋아졌다지만 한국은 작은 나라예요. 특히 금융부문 체력이 열악합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100으로 보면 우리는 1.5~2 수준이죠.그런데 개방은 화끈하게 했어요. 일본은 물론 프랑스 독일보다 개방도가 높아요. 단기자본 유출입 변동에 따른 부작용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죠."
단기자본이 과다 유입되면 정부는 환율 왜곡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늘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화채 공급이 확대돼 시장금리가 치솟고 다시 새로운 자본 유입을 야기하는 악순환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해외변수 등으로 인해 단기 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1997년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그는 단기 외국자본이 드나드는 통로를 경찰 없는 고속도로,국내자본의 해외투자는 논두렁길에 비유한다. 1990년대 이후 외국자본의 유출입 형태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궤적을 보는 듯하다. 1995~1997년 자본자유화가 진전되면서 781억달러가 유입됐고,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해 11월부터 6개월간 21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후 2008년 9월까지 2219억달러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4개월간 695억달러가 유출됐던 것.
그는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휘젓고 다니다 실적이 나거나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일시에 빠져나가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며 '외국자본 유출입 통제'와 국내자본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는 '양방향의 개방화' 정책 시행을 요구한다.
지난해 6월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11월 외국인 채권투자과세 부활,은행의 비예금 외화부채 잔액에 대한 부담금 부과 등의 규제 조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브라질에서 도입한 토빈세나 대만에서 시행하기로 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규예금 제한제도 같은 정책을 대안으로 꼽는다.
그는 외국자본의 유출입 통로만 뻥 뚫린 비대칭적 금융개방 구조를 개선,'양방향형 개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나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매출은 95%가 국내에서 일어납니다. 나머지 5%도 우리 기업이나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해외지점 직원은 인센티브식으로 파견하는 실정이고요. 본격적으로 하려면 돈 떼이는 것도 감수하고 나서야죠.리스크테이킹 분위기가 은행 내에 퍼져야 합니다. 정부도 초기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고요. 옛날 수출드라이브를 걸 때 제조업체에 한 것처럼 말입니다. "
그는 민간의 외환보유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환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외화차입 규모를 줄이는 대신 국내외 각종 외화예금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일반 개인들의 외화예금도 확대할 필요가 있어요. 외화가 쌀 때 매입하고 비쌀 때 매각하는 구조의 외화예금이나 펀드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아껴서는 안 됩니다. 민간의 외환보유액이 많아야 통화채 발행,금리상승 압력,재정부담 등의 문제를 피해 환율 안정화를 이룰 수 있거든요.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