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날씬한 몸은 그렇지 못한 많은 여성들에게 억압감을 준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도 여기게 하며,무리한 방법으로 따라하려는 어린 소녀들에게는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랍권의 니제르에서 여성은 뚱뚱해야 매력적이다. 그들에게 살찌우는 일은 몸으로 소중한 가치를 표현하는 일인 동시에 사회질서를 반영하는 일종의 문화 노동이다. 두 사회의 여성들은 그 이상적 몸매에 도달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힙합문화에서 남성의 큰 몸집은 그의 권능과 경제적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게이사회에서 뚱뚱한 남성은 연애관계에서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팻》은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서 바라보는 비만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건강과 뷰티산업에서 날씬해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압박하는 문화 속에서 뚱뚱함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다이어트 노력이 오히려 비만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인류가 왜 비만에 강박관념을 갖게 됐는지 살펴봄으로써 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방과 비만에 대해 비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셸 푸코,자크 라캉 등과 같은 석학들의 이론도 이해하기 쉽게 곁들였다.

특히 국가별 지방의 소비 형태에 대한 고찰은 흥미로움을 배가시킨다. 미국인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지방과 설탕을 예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지만 죄책감을 덜기 위해 저지방 식품을 구입해 그 둘을 다 먹는다. 하와이에서는 미국 본토에서 싸구려 취급하는 스팸을 좋은 먹거리로 받아들인다. 지방을 빈곤과 유색인종의 상징으로 여기는 브라질 중산층 여성들은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을 들여 지방흡입약을 구입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