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은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서 바라보는 비만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건강과 뷰티산업에서 날씬해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압박하는 문화 속에서 뚱뚱함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다이어트 노력이 오히려 비만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인류가 왜 비만에 강박관념을 갖게 됐는지 살펴봄으로써 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방과 비만에 대해 비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셸 푸코,자크 라캉 등과 같은 석학들의 이론도 이해하기 쉽게 곁들였다.
특히 국가별 지방의 소비 형태에 대한 고찰은 흥미로움을 배가시킨다. 미국인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지방과 설탕을 예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지만 죄책감을 덜기 위해 저지방 식품을 구입해 그 둘을 다 먹는다. 하와이에서는 미국 본토에서 싸구려 취급하는 스팸을 좋은 먹거리로 받아들인다. 지방을 빈곤과 유색인종의 상징으로 여기는 브라질 중산층 여성들은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을 들여 지방흡입약을 구입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