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이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하루 단위로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증감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위원장 자신부터 실시간 지표를 살펴보며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9일 금융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월간 단위로 가계부채 수치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실상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내 방에 은행별 가계대출 증감 수치를 매일 파악해 붙여놓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정책과는 위원장 집무실에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수치를 시계열 그래프 등으로 표시한 자료를 매일 보고한 뒤 붙이기 시작했다. 일종의 '가계부채 비상상황판'을 만든 셈이다.

상황판에는 하루 단위의 은행별 가계대출 수치가 표시돼 있다. 주간 및 월간 단위로는 시중은행,비은행(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전체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 가계대출액도 나타나 있다.

각각의 수치들을 평균치와 비교해 볼 수 있어 김 위원장이 어떤 업권,어떤 금융회사가 가계부채를 무리하게 늘리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고를 하러 들어갈 때마다 그래프들이 보여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만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요즘 간부들을 질타하거나 독려하는 일이 잦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들이 각종 현안에 대해 "아직 큰 문제는 없다"고 보고하면 "하기 싫어? 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시킬 사람도 많으니까 더 잘 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문제가 있는 분야와 해당 금융회사를 집중 관리하면 다른 곳들도 경각심을 갖고 따라온다"며 "현안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가계부채와 씨름하고 있지만 지난달 가계대출은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39조8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조3000억원 증가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