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에 인수 · 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거나 취약한 사업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M&A에 나서는 케이스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서 관련 업체를 인수하기도 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정보기술(IT) 소재 분야나 LCD(액정표시장치) 및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주로 M&A 대상이다. 산업의 융 · 복합화 흐름과 치열한 경쟁구도가 M&A를 촉발하는 요인이다.

◆덩치 키워 시장주도권 확보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칩 전문업체인 어보브반도체는 최근 경쟁사인 이타칩스를 인수했다. MCU 칩 관련 토종업체로는 어보브반도체가 1위,이타칩스가 2위다. MCU는 밥솥 리모컨 음향기기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으로 PC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어보브반도체는 이타칩스 인수를 계기로 국내 MCU 시장점유율을 10% 안팎으로 끌어올리게 됐다.

금융자동화 전문업체인 청호컴넷은 이달 말 일본 후지쓰프론테크의 한국 자회사인 FKM을 인수한다. 청호컴넷은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등에 밀렸으나 FKM 인수를 계기로 국내 1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후지쓰프론테크와 손잡고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서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경쟁력 보완

오성엘에스티는 최근 LCD용 필름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광학필름 1위 업체인 신화인터텍을 인수했다. LCD용 편광필름을 생산해온 이 회사는 최근 태양광 장비에 들어가는 백시트 필름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신화인터텍 인수를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화인터텍 인수로 태양광 백시트 필름 양산을 위한 설비를 확보한 것은 물론 광학필름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세진전자는 산업 융합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난 3월 한빛전자를 인수했다. 전자 및 자동차용 스위치 제조사인 세진전자는 와이파이 기반의 인터넷프로토콜(IP) 전문업체인 한빛전자 인수를 계기로 통신기술을 접목한 제품 다변화와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신규 사업 진출 발판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문업체 티엘아이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M&A에 나선 케이스다. LCD 패널의 핵심부품인 타이밍 컨트롤러(구동칩을 컨트롤하는 일종의 CPU)와 LCD의 색깔표시 등을 조절하는 LCD 드라이버IC를 LG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LCD 업황이 나빠지며 매출 감소를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체 윈팩을 인수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윈팩은 반도체 D램 패키지와 테스트를 하는 반도체 후공정업체로 하이닉스반도체가 주요 거래처다. 티엘아이 관계자는 "윈팩 인수를 통해 반도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