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A사는 월 15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200만원가량의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의 37%를 백화점에 입점 수수료로 내는 데다 매장 매니저에게도 매출의 12%를 인건비로 부담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인테리어 변경에 따른 비용,각종 판매 이벤트 참여비용 등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3개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8일간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서 입점 중소기업의 81%는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매출의 29.3%로 2001년의 27.16%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별로는 롯데백화점이 30.87%로 가장 높았다.

품목별로는 피혁 · 잡화의 판매수수료율이 평균 34.1%로 가장 높았고 남성정장(33.5%) 여성정장(33.1%) 화장품(31%) 등도 30%를 웃돌았다. 일부 남성정장의 경우 수수료율이 35~40%에 달하는 매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경우 수수료율은 15% 수준이어서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집객효과를 위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그 부담은 중소 입점업체들에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백화점 불공정 거래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다음달 중에 유통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또 입점 수수료 상한제 등의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달 말 시행할 예정인 하도급법 시행령에도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하도급법 시행령은 원자재가격이 15% 이상 오르면 90일 이후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병문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은 "이 조항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중소기업들이 상당기간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개선되지 않을 경우 생산중단 조치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