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전쟁' 과열] 스펙보다 중요한 현장경험…취업 직행열차 '인턴=金턴'
대학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금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금+인턴'의 합성어로 대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인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이면서 인턴 전쟁은 더 뜨거워졌다.

종전 취업 준비생들은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열중한 반면 요즘엔 정규직으로 '직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인턴 경험이 필수가 됐다. 인턴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취업정보 회사인 잡코리아 관계자는 "유명 대기업은 인턴 경쟁률이 일반 공채만큼이나 높다"며 "일부 업체들의 인턴사원 모집 경쟁률이 100 대 1인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턴 합격은 일종의 '계급장'

구직자에게 인턴 경험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채용 지원자의 이력서를 검토할 때 인턴 경력을 비중 있게 고려하고 있어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1년 상반기 신규 인력 수요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력서 항목별 중요도는 △전공 30.9% △관련 분야 인턴 및 아르바이트 경험 25.7% △면허 및 자격증 17.6% 순이었다. 인턴 · 아르바이트 경험은 전공 못지않게 채용 담당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는 뜻이다. 고용정보원은 "기업들이 현장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턴 합격이 일종의 '계급장'이 된 지도 오래다. 서울에 있는 한 상위권 대학 커뮤니티에는 "인턴 '광탈'(미친 듯이 탈락)한다는 게 진짜 남 일이 아니군요" "인턴 지원 열 군데째 떨어지고 있습니다"와 같은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금융권 인턴 청탁 많아

인턴 채용을 놓고 청탁 비리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회사 인턴 채용 때 청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내 한 대형 금융사에 근무하는 A씨는 "채용과 연계하는 일반 기업 인턴은 계속 회사에 근무할 사람을 뽑는 것이어서 회사 입장에서도 신중하게 채용하지만 금융권 인턴은 대부분 채용과 연계하지 않아 청탁이 들어오면 받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B씨는 "회사 내부에서 '낙하산' 인턴을 따로 뽑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며 "이들 낙하산 인턴은 대부분 고객사 임원들의 자제들이나 정부 고위급 인사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 인턴은 1~2개월 정도만 근무하고 나가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별 피해가 없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인턴 채용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K대학에 다니는 김모씨(27)는 "외국계 생명보험사에서 인턴으로 2개월 정도 근무했다"며 "어머니 친구가 그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 쉽게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채용으로 이어지는 인턴,검증 필요해

금융권 인턴과 달리 일반 기업의 인턴 경험은 채용으로 이어지고 있어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인턴의 정규직 전환이 정착하려면 '관광식 인턴'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역할을 부여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인턴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을 인턴십을 거쳐 채용하고 있다. 올해도 오는 7월 3주간의 인턴십을 마친 후 정규 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정규 사원의 절반 이상을 인턴십을 통해 뽑고 있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이 늘어나는 데 대해 구직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스펙'으로 따질 수 없는 업무 능력이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인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점검하면서 선택한 회사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에서 5주간 인턴십을 거쳐 정규직으로 취업한 C씨(27)는 "인턴을 하면서 업무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투명하게 인턴을 뽑고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인턴 제도가 구직자들에게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