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슈퍼 갑(甲)'이다. 국민연금이 주식 투자를 위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맡기는 돈이 지난해 말 25조원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달 말 실시하는 국민연금의 상반기 기금운용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낮은 등급을 받으면 위탁 금액이 줄거나 아예 제외당한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이 맡긴 자산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A운용사 관계자는 "다들 수익률 높이기에 혈안이어서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편법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로비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위탁받은 금액이 클수록 운용사의 명성이 높아져 해외 영업을 하거나 다른 기관 자금을 유치할 때 유리해서다.

B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서 기금을 나눠주는 담당자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접대를 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운용사 내부에서는 연기금을 상대하는 영업 담당자가 가장 고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에는 국민연금 직원 해외연수 경비까지 운용사로부터 지원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 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세계 4위의 연기금으로 해외 운용사들과 투자은행(IB)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지난 4월 국민연금이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투자설명회에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 등 50개 투자기관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급 인사들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