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분야에서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건 김산업이 유일합니다. 세계 김수출시장은 연간 2억달러 규모인데 한국이 작년에 1억900만달러를 수출해 최대수출국이었던 중국(9000여만달러)을 제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김덕술 김산업연합회장(삼해상사 사장 · 48 · 사진)은 9일 "대부분 중국산 농수산물에 식탁을 내줬지만 한국 김은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수출효자상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은 해방 직후 주요 수출품목이었다. 수출국도 70여개국으로 늘었다. 여기엔 김산업 종사자들의 단결력이 힘을 발휘했다. 김양식업,가공김생산업,유통업으로 나눠져 각 연합회가 목소리를 내던 단체들은 2009년 10월 해외시장 개척을 목표로 김산업연합회를 출범시켰다. 초대회장으로 김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회원은 전국 250개 기업과 6500양식어가 등 모두 4만명이다.

60세 이상이 사장이나 연합회장을 맡았던 업계에서 '새파란' 40대 회장 추대는 의외였다. 김 회장은 한국외대 일어과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하던 가업을 이었다. 김박스를 짊어지는 바닥일부터 시작해 24년간 묵묵히 일해왔다. 그런 그를 업계 사장들이 해외시장 개척의 적임자로 밀어준 것.

"2~3년 전부터 미국 일본 등의 소비가 늘어났습니다. 올해 30% 수출 증가를 목표로 잡았는데 4월 말까지 수출액이 4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 늘었습니다. "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수출국도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나가는 김은 전체의 20%(연간 2500만달러)를 넘어섰다. 대만과 러시아,호주 등에선 교포뿐 아니라 한국 김을 찾는 현지인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김 생산국은 한국과 일본,중국 3곳뿐이다. 1970년대 후반 일본이 해외에 김생산기지 확보에 나서면서 그 대상으로 중국을 선택해 중국이 주요 생산국이 됐다. 일본이 연간 1300만달러를 수출한다. 국내에선 8500만속이 생산돼 7170만속이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1330만속이 수출된다.

김 회장은 김을 한식문화 확산의 첨병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여년 전 태국정부 차원에서 전 세계에 태국음식점 5만개를 만들자는 안을 내놨어요. 식당을 열면 당연히 태국산 원재료를 쓸 수밖에 없어 태국 내 1차산업종사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고 태국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걸 간파한 거죠.한국도 김밥 전문식당을 곳곳에 만들어 한식 세계화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볼 만합니다. "

베트남,태국 등 한류바람이 거센 동남아시아엔 한국 김밥 전문식당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 김은 다이어트 스낵류로 각광받는다. 미국에선 고추냉이맛,매운맛,불고기맛 김 등이 맥주안주나 스낵류로 팔린다. 중국에선 명품과자로 인식돼 부유층의 자녀들에게 인기다.

그는 정부가 보다 체계적인 김양식 연구와 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김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김양식업을 '하느님과 동업'이라고 합니다. 매년 태풍이 불면 양식장이 망가집니다. 보험도 못 듭니다. 기본적인 해양생태 조사도 없지요. 일본은 김에서 추출한 물질을 화장품 원료로 쓰도록 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