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다는 李대통령, 임기 말 친정체제 강화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임기 말 자신과 함께 할 청와대 참모진을 새로 짰다. 이 대통령은 정무수석에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홍보수석에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기획관리실장에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을 기용했다. 또 정무 2비서관에 김회구 선임행정관,민정1비서관에 신학수 총무비서관,대변인에 박정하 춘추관장을 선임했다.

국민권익비서관에 조현수 한나라당 예산결산위 수석전문위원,국민소통비서관에 김석원 선임행정관,시민사회비서관에 김혜경 여성가족비서관,춘추관장에 김형준 선임행정관,지식경제비서관에 강남훈 지경부 기후변화에너지 자원개발 정책관,여성가족비서관에 이재인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을 발탁했다. 재임기간이 오래 된 진영곤 고용복지수석도 교체될 예정이다.

예상보다 개편 시기가 당겨졌고,폭도 넓어졌다. 이 대통령은 당초 내달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과 국정 난맥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와 등록금 문제가 터진 지 꽤 됐는데도 당 · 정 · 청이 재빨리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이 대통령은 굉장히 답답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기약 등 일반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 무산은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이런 국정 난맥상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참모진 개편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측근 중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무수석에 내정된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경선후보 시절부터 캠프에서 활약한 측근이다. 서울 성북을이 지역구인 그는 의원직을 그만둘 예정이다. 홍보수석에 내정된 김 실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정무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정무기획비서관,메시지기획관 등 요직을 거쳤다.

김 실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장 비서관도 취임 초부터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온 핵심 측근이다. 신임 정무2,민정1비서관을 비롯해 상당수 비서관들이 이 대통령과 대선 캠프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때문에 이들은 이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한다는 의미의 '순장조'로 불리지만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하면서 주요 국정과제의 성공적 마무리를 도울 측근들로 청와대 참모진을 꾸리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총선 출마를 원하거나 다른 자리에 관심있는 참모들은 청와대를 떠나라고 지시한 것은 집권 말기 충성을 다할 참모들을 곁에 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임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