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작은 공원.삼성타운에서 유일한 흡연구역인 이곳에 직원들이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대부분 '삼성테크윈 사고'를 입에 올렸다. 한 직원은 "이번 금요일 회식을 취소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회사에서 '교제비(대외활동비)' 관리에 들어오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날 아침 주말 골프 약속을 모두 접었다. "삼성테크윈 감사와 비리 적발 등으로 그룹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불가피한 외부활동은 약속대로 진행하되 내부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과장급 이하 삼성 직원들은 테크윈 사고와 그룹의 발표에 대해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말을 반납하고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일해왔는데 한순간에 '비리'가 있는 부정한 삼성맨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다른 대기업들도 분위기가 냉랭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대기업 임원은 "우리도 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오너 경영자는 이날 오전 '부하 직원을 시켜 부정에 입학시키는 윗사람이 더 나쁘다'는 취지의 이건희 삼성 회장 발언을 '선전포고'처럼 임원들에게 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납품과 사업 수주를 위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접대와 로비를 줄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건전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