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4년간 끌어온 특허 침해 소송에서 결국 패했다.이에 따라 MS는 상대 기업인 캐나다 소프트웨어 업체 i4i에 2억9000만달러를 물어줘야 하게 됐다.미국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게 된 셈이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MS가 i4i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i4i에 배상금 2억90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이는 i4i가 2007년 미국 하급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4년 간 이어진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2007년 i4i는 MS가 자사 기술인 확정형마크업랭귀지(XML) 기술을 MS워드 2003·2007버전에 무단으로 적용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미 하급법원은 MS에 2억9000만달러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2009년 미 연방항소법원도 1심 판결이 옳다는 판결을 내렸고,MS는 미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결국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미국특허청(USPTO)도 i4i의 특허가 유효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문제가 된 XML 기술은 인터넷에서 시스템끼리 데이터를 쉽게 주고 받도록 해 기존 하이퍼텍스트마크업랭귀지(HTML)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만들어진 언어다.즉 MS는 문서 파일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XML 기술을 통해 문서 변환,문서 보기 등 기능을 제공해왔다.현재 MS는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해당 버전에서 XML 기능을 삭제한 상태다.

MS는 특허권 소송에서는 ‘명확한 증거’보다는 ‘수적으로 많은 증거’를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재 수준의 증거 판단은 오히려 “악덕” 특허들을 만들어 혁신과 경쟁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연방대법원에 배석한 판사 8명은 만장일치로 i4i의 손을 들어줬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법원은 지난 28년간 특허 분쟁에서 엄격한 증거 기준을 유지해 왔다”면서 “대법원은 이를 지지해야 하며 이를 변경하는 것은 의회의 몫”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MS는 “비록 원하는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계속 법의 개정을 주장할 것”이라며 “그 법은 특허 시스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현재의 특허를 진짜 혁신으로 만드는 투자자들을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판결에 대해 루동 오웬 i4i 회장은 “최근 대법원의 수십년 간 결정 중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사례 중 하나”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i4i 측은 MS는 현재 특허청에 관련 특허를 출원 중인데다 잠재적으로 많은 종류의 라이선스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모든 게 끝나진 않을 것임을 밝혔다.라탐 앤 왓킨스의 맥스 그랜트 특허법 변호사는 i4i 입장을 지지하며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많은 이해관계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법 체계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기존 특허법에 논쟁의 불씨를 댕길 수도 있다.MS가 승소했다면 소규모 기업이 특허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들어 특허법이 대기업의 편을 들어준다는 비판이 됐을 것이고,i4i의 승소로 제품의 혁신을 억누르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게 됐다.이와관련 애플 구글 야후 등은 MS를 지지했고,3M 베이어AG 바이오테크놀로지업체 및 제약업체 등은 i4i를 지지해 편이 나뉘기도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