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만 3년…스토리 살린 '토종 애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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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비용 30억 '마당을…' 내달 韓·中 동시 개봉
제작기간 11년 '소중한 날의 꿈'도 16일 첫 상영
제작기간 11년 '소중한 날의 꿈'도 16일 첫 상영
장래에 대해 고민하던 여고생 이랑은 어느 날 서울에서 온 전학생 수민을 만나 친구가 된다. 수민은 얼굴이 예쁜 데다 자신감도 넘친다. 그즈음 이랑은 철수도 만난다. 그는 고장난 라디오를 고쳐줄 만큼 손재간이 좋다. 이랑은 그런 철수를 마음에 둔다. 그러나 철수가 수민을 좋아하는 것 같자 이랑은 용기를 잃어간다.
소녀의 성장통과 첫사랑의 추억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이 오는 16일 개봉된다. 안재훈 한혜진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이 작품은 제작부터 기획까지 11년이나 걸렸다. 순제작비는 18억원이다. 박신혜 송창의가 목소리를 연기했고,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
이보다 앞서 개봉돼 장기 상영 중인 '엄마 까투리'와 내달 28일 개봉되는 '마당을 나온 암탉'까지 토종 애니메이션 3편이 여름철 극장가에 줄줄이 선보인다. 국산 실사영화,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엄마 까투리'는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 씨의 원작을 옮긴 단편 3D영화.국산 단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 작품은 꺼병이(꿩 병아리) 아홉 남매와 엄마 까투리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의 사랑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엄마 까투리'와 '소중한 날의 꿈'은 독립배급사들이 소규모로 극장에서 개봉한다. 앞선 국산 애니메이션들처럼 흥행 가능성은 낮다.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70만명을 기록한 1970년대 애니메이션 '로보트태권V' 디지털 복원판이다.
토종 애니메이션들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시나리오가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예쁜 그림을 그리는 데만 신경을 썼지 드라마틱하거나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메이저 배급라인을 잡지 못해 소규모 개봉관에서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눈높이와 타깃이 다른 것도 문제다. 가령 '소중한 날의 꿈'은 중년 부인과 여고생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이지만 이들이 다른 영화 대신 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작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이런 토종 애니메이션들의 약점을 일단 극복해 주목된다. '공동경비구역''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흥행영화를 다수 제작한 명필름이 순제작비 30억원과 함께 풍부한 실사영화 제작 경험을 투영했다. 영화 '접속'의 김은정 작가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나현 작가가 각본작업을 맡아 시나리오 개발에만 3년간 공들였다.
특히 메이저 배급사가 국내와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국내에서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30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명필름은 중국 대지시대문화전파유한공사와 공동제작 및 배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중국 1000여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필름은 수출을 겨냥해 지난달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도 대형 옥외광고를 선보이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황선미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 '잎싹'과 그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청둥오리 '초록'의 꿈과 자유를 향한 도전기다. 문소리가 '잎싹'역,유승호가 '초록'역 목소리를 열연하고 가수 아이유가 주제가를 불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