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등 '임직원 부정' 제보 잇따라
식사약속까지 취소..'젖은 낙엽' 분위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질타하고 '청렴 경영'을 재차 강조하자 각 계열사가 사이버 감사팀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임직원들도 협력업체와의 골프나 식사 약속을 잇따라 취소하는 등 '상황의 지엄함'을 고려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테크윈 일부 임직원의 비위 사실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감사에서 적발돼 최고경영자(CEO)가 그만두는 사태가 알려진 뒤 각 계열사가 운영하는 사이버 감사팀에 부정 사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임직원의 불공정한 업무 처리나 직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 비리 등을 고발하는 협력업체 등의 제보가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는 사이버 감사팀 인원을 보강하고 윤리강령이나 행동규범을 위반했는지 철저하게 파헤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이 계열사 감사팀의 온정주의나 무감각을 우선으로 지적한 만큼 사태의 발단이 된 삼성테크윈을 비롯해 각 계열사의 사이버 감사팀 등 감사 인력이 총동원돼 임직원의 공금 횡령 및 수뢰, 금품 또는 접대 요구 등 제보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8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대책도 미흡하다"며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02년부터 사이버 감사팀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경우도 접수된 제보를 유형별로 분류해 처리하고 처리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하는 등 감사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사이버 감사팀에 지난 3년간 접수된 제보는 2008년 323건, 2009년 417건, 2010년 472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임직원 부정과 관련된 사항은 13%가량으로, 해직 조치된 임직원의 비율도 2008년 18%, 2009년 20%, 2010년 28%로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그룹 전반의 모럴 해저드를 지적한 만큼 일탈행위를 한 임직원에 대한 각 계열사의 중징계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임직원 부정과 관련한 제보가 잇따르고 감사 기능이 한층 강화되면서 임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했을 때처럼 긴장감과 경각심이 높아진 게 사실로, 특히 구매 부서가 바짝 얼어붙었다"며 "다들 젖은 낙엽처럼 몸을 사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결혼을 앞둔 직원이 갑자기 청첩장을 어느 선까지 돌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봤다"며 "당분간 밖에서 저녁도 먹지 말고 구내식당에만 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