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60대 구자명 씨(가명)는 매달 25일이 기다려진다. 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직장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때처럼 매월 25일이면 꼬박꼬박 계좌로 '월급'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씨는 올초 대우증권의 월 지급식 상품인 '골든에이지'에 2억원을 가입해 매월 100만원씩 받고 있다. 이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혼합형 펀드,파생결합증권(DLS)에 분산 투자한다. 구씨는 "증권사가 10년 만기 때는 3%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2억원의 134%인 2억68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짜 운용하고 있다"며 "나 같은 은퇴자에게는 이런 월 지급식 상품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월 지급식 상품은 대부분 실적 배당형이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 지급식 펀드 출시 러시
월 지급식 펀드 설정액이 급증하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 지급식 펀드 설정액은 2007년 말 61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 9일 515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한 해 동안 59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올 들어서만 3400억원 이상 늘었다.
월 지급식 펀드 유형은 국내 주식형과 혼합형,해외 채권형 등 다양하다. 국내 최초의 월 지급식 펀드인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은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 '한국투자 라이프플랜월지급식자1' '동부머스트해브월분배식1' '아이메자닌II증권1' '하나UBS실버오토시스템월분배식1' 등은 국내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다.
최근에는 해외 채권형 펀드 출시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나온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은 설정액이 2600억원을 넘었다. '피델리티월지급식이머징마켓'과 '프랭클린템플턴월지급하이일드' '미래에셋브라질원-헤알월급받기펀드' '미래에셋브라질달러-헤알월급받기펀드' 등도 해외 채권형이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장은 "노후에는 자산 증대보다는 매월 일정액의 현금 유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저금리 속에 은퇴 인구가 증가하면서 월 지급식 펀드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월 지급식 상품도 다양
펀드뿐 아니라 랩이나 채권 등 다양한 월 지급식 상품이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5년 만기의 '다달이 보너스 랩'과 '국공채연금형랩'을 판매 중이다. '다달이 보너스 랩'은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상품투자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분산 투자하며 '국공채연금형랩'은 국공채와 통화안정증권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편입한다. 대우증권의 '골든에이지',삼성증권의 '삼성 POP골든에그' 등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동양증권은 'MY W 적립식국공채(연금형)랩',대신증권은 '대신 꼬박꼬박 월지급형'을 판매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39개 펀드 중 일부를 선택해 월 지급 방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 '월지급형 펀드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 4~10%의 지급률과 지급 주기,지급 일자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직접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채권 운용에 강점이 있는 동양종금증권은 만기가 서로 다른 세 종목의 회사채에 투자해 매달 이자를 수령할 수 있는 'MY W 월이자지급식채권플랜'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월 지급식 브라질채권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인 '월지급식 글로벌채권신탁'과 월 지급 주가연계증권(ELS)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노후 자산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국내외 채권과 같은 안정성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