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높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1% 상승(전년 동월 대비)해 그 이전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근원물가(코어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3.5%로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에 금통위는 주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이유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은이 불과 한 달 만에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근원물가에 주목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근원물가에 관한 내용을 처음 포함시켰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항목 중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품목의 물가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은은 결정문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유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등에 파급되면서 3%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3월 4.7%에서 4월 4.2%,5월 4.1%로 낮아졌으나 근원물가는 4월 3.2%에서 5월 3.5%로 높아진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억제 필요성

김중수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의 폭도 줄여야 하지만 물가 상승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오름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가 오히려 가계부채를 늘린다는 판단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김 총재는 "5월 중 주택담보대출은 2조5000억원 늘어 전월보다는 증가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였다"고 말했다.

◆전문가 "금리 결정기준 모호"

하지만 한은의 금리 결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의 근거로 들었던 국내외 경기 둔화 조짐이 이달 들어 더욱 심해졌는데도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5월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해 미국 고용은 악화됐고 중국 제조업 지수는 하락했으며 그리스 채무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경기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던 한은이 불안감이 더 커진 시점에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과 관련,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가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대내외 경제 여건 외에 어떤 요인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 정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연내 한두 차례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 추가 금리인상은 부담이 크다"며 "4분기 중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은은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을 위해 3분기와 4분기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