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0항쟁 24주년인 어제 광화문에선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다. 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했지만 야4당 대표까지 가세했다. 일부 정치 · 사회단체들은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시킬 태세다. 너도나도 반값을 얘기하지만 대안도 없이 감언이설과 선동만 난무하고 있다. 79%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악화일로인 정부재정과 부실대학 퇴출이 선결돼야 한다는 합리적인 목소리는 정치구호에 묻히는 형국이다.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전적으로 정치권 책임이다. 20대 젊은층 표를 얻어볼 요량으로 서랍 속 공약(空約)을 끄집어냈다 호된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이 주범이라면,시위 학생들의 비난에 화들짝 놀라 당론까지 급변경한 민주당은 공동정범이다. 더 가관인 것은 양당 원내대표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이란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당내에선 퇴진 압력까지 받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제2의 6월항쟁,반값 등록금은 제3의 6월항쟁이라고 부추겼다. 경제부총리에 교육부총리까지 지낸 인사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고 믿을 수 없다.

즉흥적인 반값 구호는 학생들의 기대치를 한껏 부풀렸다. 정치권 스스로 퇴로를 막아버린 꼴이다. 한나라당은 수습책으로 내년 예산에서 등록금 인하 재원으로 2조원가량 배정할 모양이다. 반의 반값을 깎아 무마해보려는 의도다. 하지만 프레임은 반값에 고정돼 수습될 지 의문이거니와 다른 시급한 복지수요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헛구호와 선동이 판치는 중우(衆愚)정치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