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반값 등록금' 논란과 관련,전국 4년제 국 · 공립 및 사립대학 200여곳 모두(사이버대학 제외)를 대상으로 대대적 감사에 착수한다. 1993년 이회창 전 감사원장이 주도한 '율곡 비리' 감사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을 투입한다. 감사 대상은 대학재정 운영 전반이다. 정부와 국회의 등록금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한 사전 실태 조사 차원이지만 대학들은 이번 감사가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지 긴장하고 있다.

◆내달 예비조사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10일 "전국 국 · 공립,사립대의 재정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다음달 예비조사를 거쳐 8월 본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감사는 감사원 전체 인원의 3분의 1 수준인 200여명의 감사관이 투입되는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재정만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차원의 감사는 역대 처음이다.

정 총장은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대학 재정 운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여야와 정부 모두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기초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아 사회적 갈등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감사를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대학 200여개의 재정운용 실태를 먼저 서면으로 분석한 뒤 각 학교의 등록금 인상률 · 재정규모 · 법인의 학교 운영비 부담률 등을 고려,현지에서 이뤄지는 실지감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등록금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회계 부정은 없는지,국가 보조금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등이 주요 감사 내용이 될 것"이라며 "사립학교에 대한 실질지도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합동으로 감사를 실시하되,민간 전문가도 참여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 브리핑 가진 이유는

대학들이 이번 감사에 대해 긴장하는 이유는 정부가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추진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부정 · 비리 행위가 적발된 대학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처벌하되,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가급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합리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재정 상태가 안 좋거나 등록금 의존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퇴출 대상'에 오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감사원이 사립대까지 감사범위를 넓힌 것에 대해선 저축은행 감사 때처럼 "월권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감사원은 이날 사전 예고 없이 긴급 브리핑을 갖고 감사계획을 설명했다. 브리핑도 공보관이 아닌 정 총장이 직접 했다. 일각에선 "감사원이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남윤선 기자 ink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