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더블딥(이중침체)'은 아니더라도 경기회복 과정에서의 일시적 성장 둔화를 의미하는 '소프트패치'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3차 양적완화 등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보지만,당장은 글로벌 수요둔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악화된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을 찾는 것이 하반기 업종 투자전략의 핵심이다.



자동차 · 철강 이익 전망치는 높아져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종목들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일본의 생산차질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는 대표 국가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둔화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익 전망치 변화를 통해 일본의 생산 차질과 한국이 받는 반사 이익을 유추할 수 있다. 3월 지진 발생 이후 2개월간 일본 기업이익 전망치는 빠르게 하향 조정됐지만,한국과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이익 추정치는 상향 조정됐다.

수혜의 폭은 자동차와 철강이 가장 크다. 일본과 경합하는 대표 업종으로 지진 발생 이후 2개월간 일본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크게 낮아졌지만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높아지면서 이른바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중심의 장세를 만들어냈다. 차 · 화 · 정 중 자동차주들의 강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그 동안 부진했던 철강주들은 새롭게 수혜주로 떠오르며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소외됐던 내수주들의 주가 전망 밝아


그동안 소외됐던 내수주들의 주가 전망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일본 지진 수혜주를 제외하면 미국의 정책이 경기부양으로 선회하기 전까지는 경기민감 수출주들의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수주 강세를 전망하는 첫번째 이유는 원화강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주식 ·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로 원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달러 대비 절상률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한 관련 리스크와 정부의 고환율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요인은 크게 약해졌고,수출과 내수의 지나친 양극화로 정부 정책도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내수 업종에 대한 규제도 하반기에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가격통제가 그동안 내수주 주가의 발목을 잡았지만 2분기~3분기 중반에는 규제완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2년에는 총선(4월)과 대선(12월)이 예정돼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선거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단행됐던 것은 2007년 4월의 지하철 요금 인상이었다. 12월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요금인상이 이뤄졌다. 올려야 될 요금은 최소한 선거 8개월 이전에는 올려야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기가스와 음식료 업종 등의 마진율은 정부 규제로 크게 악화됐다. 올 8월(내년 총선 D-8개월)을 전후한 시점까지 요금을 올려주지 못하면 선거가 있는 내년까지 요금인상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손익이 악화된 전기와 음식료업종에 대해서는 요금인상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경제 주체들의 자산부채가 부동산에 연동돼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게 될 경우 직면하게 될 리스크는 대단히 크다. 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 상승은 가계의 부채부담(레버리지)을 높여 장래에 더 큰 부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부동산 부양책을 쓰는 것도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반영해 정부 정책은 부동산 경기부양과 규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재 · 보선 이후의 정책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 쪽으로 분위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2년 미만 거주자에 대해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5 · 1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작년 2~3분기 미국의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한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폈다. 이 때 건설주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건설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시장보다 비싸지만,한국의 건설주는 정책 변화에 민감해 정책 수혜를 기대해볼 만하다.



화학 · 정유,원자재 가격 조정 대비해야


일본 지진의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을 제외할 경우 소재업종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이후 원자재 가격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원유와 은 투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들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뉴욕상품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CME그룹은 지난달에만 원유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두 차례 올렸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는 원자재 가격상승을 억제하려는 관료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4월까지 나타났던 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국의 성장을 잠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고,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빠르게 하향 조정됐다. 성장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처방이라는 점에서 선진국은 규제를 통해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다. 원유에 대한 투기적 거래도 지난 4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최근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호재로 작용했던 화학 정유 업종이 상반기와 같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내기는 힘들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hakkyun.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