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재 자리를 놓고 유럽과 신흥국가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의 선진국 편애와 이중 잣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MF가 그리스에 지원한 구제금융이 400억달러로 이는 그리스가 IMF에 기여한 쿼터(지분)의 30배 이상에 달한다고 11일 보도했다. 같은 기준에서 그 다음은 23배인 아일랜드다. 멕시코는 10배지만 사용하지 않고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설정해놓은 신축공여라인(FCL)이다.

그리스의 경우 IMF는 그동안 투입한 구제금융 외에 추가 지원을 시사하고 있다. WSJ는 그리스가 추가로 최소한 860억달러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그리스의 쿼터 대비 IMF 지원 배율이 50배에 달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캐롤라인 애킨슨 IMF 대변인은 "우리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목표는 개별 국가를 지원해 금융 안정을 이뤄 결국은 세계 경제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유럽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차기 IMF 총재로 밀고 있는 것도 유럽국 편애를 방증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이먼인터내셔널의 게리 클라이먼 파트너도 "IMF는 과거 신흥국에 민 · 관의 고통 분담을 논의하도록 촉구했다"며 "하지만 그리스에 민간 부문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데는 아주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중 잣대가 신흥국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차기 IMF 총재 경쟁은 3파전으로 확대됐다. 라가르드 장관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에 더해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출마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