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디자인 혁명' 행남자기, 글로벌 '빅3'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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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남자기, 창립 69돌…명품 도자기 기업으로
독자브랜드 '트리니체' 론칭
프랑스 등 유럽시장 진출…올해 수출국 53곳으로 확대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
기존 도자기 틀 벗어나 기술력도 英 본차이나 앞서
독자브랜드 '트리니체' 론칭
프랑스 등 유럽시장 진출…올해 수출국 53곳으로 확대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
기존 도자기 틀 벗어나 기술력도 英 본차이나 앞서
최근 창립 69돌을 맞은 행남자기는 올해가 세계 3대 도자기 기업으로 도약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행남자기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기존 도자기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미 세계적인 예술가,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한 '디자이너스 컬렉션 라인'을 해외 시장에 차례로 선보이면서 업계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함께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새긴 주전자ㆍ찻잔 등을 출시,유럽 시장에서 찬사를 받았던 게 대표적이다. 올해는 이탈리아 건축 디자이너 마우리치오 두란티 등이 참여한 신규 라인도 선보일 계획이다.
독자 브랜드 '트리니체'로 해외시장 공략
행남자기는 지난 3월 브라질 소비재박람회에서 자체 브랜드 '트리니체'를 론칭해 남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삼위일체란 뜻의 트리니체는 '흙과 불의 예술'이라고 일컫는 도자기에 행남자기의 경영 철학인 장인 정신이 더해진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 수준의 도자기 생산 기술력을 갖고도 지금껏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 트리니체로 해외 시장을 공략,세계 3대 명품 도자기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행남자기의 비전을 담고 있다.
브라질 박람회에서 연간 450만달러의 남미 지역 수출 계약을 맺은 행남자기는 트리니체 론칭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프랑스를 거점으로 한 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중심의 유럽 가정용 식기시장,캐나다와 미국의 대형 호텔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용 식기시장에서 OEM 공급과 함께 트리니체 수출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트리니체를 내세워 올해는 수출 대상국을 작년 32개국에서 53개국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수출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중국에선 현재 15곳인 백화점 매장을 연말까지 30곳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유럽 현지 디자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기 위해 건축 디자이너 두란티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치밀한 수출 전략 세워
행남자기는 창립 초기부터 국내 도자기업계의 해외 수출을 주도해왔다. 1957년 당시 기술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본차이나를 국내 최초로 개발,1963년 홍콩에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1970년엔 당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정용 식기로 인기 있었던 스톤웨어를 앞세워 디너 세트를 북미 시장에 공급했다. 제품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행남자기는 세계 수준의 품질을 갖추기 위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품질 관리와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1980년엔 베네수엘라에 도자기 플랜트와 기술 수출을 통해 제품뿐만 아니라 도자기 설비와 기계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1991년 인도네시아에 합작 투자 법인인 '행남세자테라 인도네시아' 공장을 완공했다. 동남아와 북미 지역의 중저가 도자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출 전진기지였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행남자기는 영국 로열알버트,일본 노리다케,미국 레녹스,이탈리아 리처드지노리 등 명품 도자기 브랜드에 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방식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현재 행남자기의 수출량은 해외 법인을 포함, 내수 시장 규모를 훌쩍 뛰어 넘어선 상태다.
글로벌 디자이너와 협업
경기 여주에 있는 행남자기 본차이나 공장은 2002년 완공돼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대지면적 5만㎡에 건축면적 2만3000㎡ 규모로 세워진 공장은 본차이나 생산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매월 최대 100만개의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다. 기계화율이 40%에 이르는 최신 설비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도자기 제조업의 특성상 인력 공정이 많아 330명에 이르는 생산직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선 행남자기의 주력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디자이너스 컬렉션 라인은 2002년 정구호 강진영 진태옥 지춘희 이영희 이광희 등 국내 패션 디자이너 6명이 디자인에 참여한 게 모태가 됐다. 2006년엔 세계 3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릭 레비(Arik Levy)가 동참했으며 이때 사진 작가 김중만의 사진을 도자기에 입힌 제품으로 첫 컬렉션 라인이 탄생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도자기 기업 로열코펜하겐의 수석 도자기 디자이너 두 명이 참여한 후속 라인이 나왔다. 지난해엔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새로 참여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차이나 본고장 영국보다 앞선 기술력
좋은 본차이나 제품은 얇고 가벼우며 투광성이 높아 맑은 백색을 띠면서 그 자체만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본차이나를 처음 개발 · 생산한 영국 도자기 기업들이 최근 시장에 내놓은 본차이나 제품들은 행남자기의 본차이나와 비교해 노란색을 띠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제품의 품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본차이나의 주원료인 본 애쉬(bone ash)의 함유량을 적절히 맞추지 못했을 때 도자기가 노란 빛을 띨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벌구이가 재벌구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진행되는 일반 도자기와 달리 본차이나는 초벌구이에서 1280도의 온도로 가열한다. 초벌구이를 거쳐 나온 기물은 자화(磁化)되면서 흡수율이 영(0)이 되기 때문에 따로 열을 가해 기물의 온도를 올려 놓고 유약을 뿌리는 방법으로 도포한다. 재벌구이는 초벌구이보다 낮은 온도로 장시간 가마에서 구워낸다.
초벌과 재벌구이를 거쳐 나온 기물은 흰색 도자기에 유리질인 유약이 반응해 반짝이는 흰 그릇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 무늬를 입히는 전사 작업을 하고 다시 700도에서 구워내면 무늬가 있는 도자기가 나온다. 보통은 여기서 제조 공정이 끝이 나지만 금이나 백금 장식이 있는 제품은 액체 상태의 금이나 백금을 붓으로 그려넣는 작업을 거쳐 또다시 가마에서 구워낸다. 최소 세 번 가마에 들어가는 셈이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식기나 노벨상 시상식 만찬장 식기 등 금으로 장식된 고급 본차이나 식기는 여섯 차례에 걸쳐 가마에서 굽는다. 본차이나가 원료 배합부터 포장,출하까지 15일이 넘는 공정 기간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남자기의 본차이나 품질 관리 체크 포인트는 103개에 이르며 공정 중에 전수검사가 세 차례 이뤄진다. 여기서 걸러진 불량품은 모두 깨뜨린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