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한방병원장 김모씨와 행정부원장 간호사 등은 보험 브로커로부터 소개받은 환자의 휴대폰을 병원에 보관하면서 외부에 있는 환자 가족이나 지인들과 수시로 통화해 허위 입원환자의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이런 수법으로 이 병원은 건강보험금 3억원을 부당하게 타냈고 허위 입원환자 71명은 민영보험금 14억원을 편취했다.

마산 B병원 실소유주 김모씨는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설립한 뒤 보험 브로커를 통해 환자 1인당 5만~1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환자를 유치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금 약 15억원을 부당하게 수령했고 브로커를 활용해 유치한 246명을 포함한 환자 662명은 보험사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보험금 10억원을 타냈다.

금융당국이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공영보험과 우체국보험 농협보험 등 유사 보험 분야로 보험사기 조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체국 농협 등과 함께 보험 사기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전국 47개 병 · 의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12일 발표했다.

의료비 허위 · 과다 청구에 따른 민영보험 사기가 보험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정직하게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다른 가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했고 건강보험료는 올 들어 5.9% 올랐다.

당국의 집중적인 조사 대상은 보험 사기에 편승해 부당하게 건강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들이다. 금감원은 '나이롱 환자' 점검과 각종 제보 등을 통해 파악한 의료비 허위 · 과다 청구 사례를 감안,보험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여겨지는 병 · 의원들을 선정해 유관기관과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혐의가 확정된 곳은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자격 정지,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행정제재가 이뤄지도록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금감원은 또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IFRA)에 집적을 완료한 우체국보험 등 10개 유사 보험의 계약 및 사고 정보를 토대로 '서행 차량 상대 사고 다발자' 등 보험 사기 혐의가 짙은 대상자를 선정해 공동으로 기획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차로 변경 차량,주차 차량,후진 차량 등 '서행 차량'에 고의적으로 뛰어들거나 충돌하는 등의 수법으로 사고를 유발한 뒤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자들을 집중 조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사기는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공영보험의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공동 조사 확대를 통해 그동안 민영 · 공영 · 유사 보험의 개별적인 대응만으로는 혐의 확인이 어려웠던 보험 사기 사각지대에 대한 적발 역량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아울러 보험 사기 발생 가능성을 측정해 예방할 수 있도록 '보험사기 조기경보 시스템'을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평균 입원일수,여러 계약에 가입했다가 사고를 당하는 빈도,먼 지역에 입원하는 비율 등의 지표가 입력돼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다.


◆ 공영보험

사업의 경영 주체가 정부기관인 보험으로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보험 등 국민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운영하는 보험이다.

◆ 유사보험

우체국보험,농협보험,수협공제,신협공제,각종 운수 관련 공제 등 성격은 민영보험과 유사하나 경영 주체가 국가 또는 조합인 보험을 말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