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 잡기 총력전'의 수단으로 제시한 7가지 원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 부처가 물가 대책을 마련할 때 잣대가 되는 일종의 '물가 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통상 차관급 회의로 진행됐던 물가대책회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것도 물가 불안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의 7가지 원칙으로 △시장유인 기제 강화 △총수요 관리 △생산비 절감 △유통구조 개선 △독과점구조 개선 △신기술 · 신상품 개발 △수급 조절 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장유인 기제 강화다. 박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부터 강조한 '콜렛-헤이그 규칙'을 공공요금에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콜렛-헤이그 규칙은 여가나 레저 관련 소비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근로를 장려하는 쪽에는 낮은 세금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인 2007년 고속도로 요금에 이 원칙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공공요금 운용 방안에서 도로통행료나 전기요금에 시간별 · 요인별 가격차등제를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로통행료는 현재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5~9시와 오후 6~10시에 할인 가격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패스 단말기 사용자 등 일부만 혜택을 보고 있다. 전기요금은 주택용에 대해 7월부터 전자식 계량기인 '스마트미터'를 설치한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는 계절별 ·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다른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총수요 관리 수단으로는 금리 환율 재정 등 거시 변수의 안정적 운용이 제시됐다. 재정부는 그러나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생산비 절감 부문에선 보조금 지급과 할당관세 등 세제 지원,준조세 부담 완화,작업공정 개선 등의 정책 수단을 내놨다.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 설계자인 박 장관은 감세론자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정세율보다 실효세율을 강조하며 각종 부담금과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분,비자발적 기여금 등 준조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유통구조 개선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입찰제도 개선 등의 정책수단을 활용하기로 했다. '레드 테이프(red tape)'로 불리는 관료적 형식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 등 독과점 구조 개선과 맞춤형 상품 개발 등 신기술 · 신상품 개발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