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도움을 줘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장애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넷 판매업처럼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으면서 집중력과 독창성이 필요한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지요. "

김현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제주 후원회 초대 회장(51 · 부국공인중개사무소 사장 · 사진)은 '장애인 지킴이'로 통한다. 본업은 공인중개사이지만 작년부터 두 자녀(초등 5,중 3)와 함께 중증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말마다 지역단체를 통해 장애인 목욕시키기와 청소 등을 하며 지체장애인의 손발 역할을 한다.

그런 김 회장이 장애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느낀 계기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초 제주특산물 도매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려고 한국장애경제인협회에서 주관한 'e쇼핑몰 창업교육'을 들었다.

우연히 듣게 된 이 수업 때문에 김 회장은 장애인의 든든한 지원인이자 친구가 됐다.

수업을 마친 뒤인 지난해 10월 그는 2급 지체장애인 2명과 함께 제주바이오특산품개발원을 차리고 인터넷 쇼핑몰(greenjeju.net)을 열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엔 제주시 연동에 있는 120㎡가량의 공인중개사 겸 쇼핑몰 사무실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겼다. 쇼핑몰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계단을 이용하는 불편을 없애주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컴퓨터 8대와 회의용 테이블을 들여놓은 게 전부여서 규모도 작고 매출도 미미하다"며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이 적게 들어가는 인터넷 판매업은 집중력과 독창성을 갖춘 장애인이 사회에 진출하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 70여명(수도권 50명,제주도 20명)의 장애인 창업자들과 함께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창업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납품하는 공급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취임한 그는 회장으로서 목표를 묻자 "인터넷몰 이외에 장애인들이 소자본으로 집안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재택사업 아이템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뚜렷한 성과 없이 투자만 하는 상황이지만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봉사와 자립 지원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