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에도 매매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시장 흐름이 지난해 초 이후 1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다.

1999년 전세대란 때도 전셋값만 오르고 집값은 크게 변하지 않는 시기가 2년가량 지속됐다. 당시에는 외환위기라는 충격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도 가신 상태다. 이에 따라 전셋값 강세가 집값 불안을 자극할지 주목된다.

외환위기 이후 전세대란은 네 차례 있었다. 1차는 외환위기를 전후해 떨어졌던 전셋값이 이후 경기 회복세를 타고 급반등한 시기다. 1998년 25% 폭락한 전셋값은 1999년 30%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해 2001년 매매가는 서울이 19.3%,수도권이 19.2% 각각 뛰었다.

2차는 외환위기 직후 주택 공급 감소로 2001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생겼다. 2001년 서울 전셋값은 20%,인천과 경기지역은 21% 급등했다. 이때도 매매시장은 전셋값 급등에 반응했다. 2002년 서울 집값은 30.8%,수도권은 29.3% 뛰었다.

3차는 2006년 발생했다. 각종 주택시장 규제로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서울과 경기도의 전셋값이 11.5%씩 상승했다. 2007년,2008년에는 매매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이번 4차 전세난은 1 · 2차와 3차 중 어떤 양상을 띨지 관심을 끈다.

전셋값과 매매가의 변화는 1986년 이후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일정한 흐름을 나타낸다.

전세가격이 먼저 상승하는 동안 매매가는 주춤하거나 전셋값 상승률보다 낮게 오른다. 두 번째 단계는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매매가 상승률이 전셋값 상승률보다 높다. 마지막으로 전셋값이 조정받으면서 매매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작년 초부터 이런 과정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셋값이 오른 뒤에도 매매가는 한동안 오르지 않는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2001년 3분기에 전셋값이 상승 전환한 뒤 매매가가 오른 것은 2002년 2분기부터였다"고 말했다. 2001년 3분기 당시 전국 전셋값 비율은 69.2%,서울 64.6%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이런 시장의 힘이 전세 · 매매가 동반 상승으로 이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지난달 현재 59.0%,서울은 49.7%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