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밖에선 '특허 동맹' 공격 받고…안에선 中企적합업종 '눈치'
대기업 계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업체들이 요즘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LED조명을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선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침해 소송 공세도 잇따르고 있다. 안(국내)에선 LED조명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는 목소리가 높고,밖(해외)에선 반도체 · TV처럼 한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외국기업들의 공격을 받는 형국이다.

◆해외선 삼성 · LG 견제 본격화하는데…

올해 전 세계 LED조명 시장규모는 102억달러.작년 50억달러보다 두 배 커졌다. 앞으로 4년 뒤인 2015년이면 544억달러로 다섯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반도체 시장규모(410억달러)를 능가하게 되는 셈이다.

급성장하는 LED조명 시장은 철저한 과점 구조다. 니치아(일본),오스람(독일),제너럴일렉트릭(GE · 미국),필립스(네덜란드),크리(미국),도요타고세이(일본) 6개 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런 구조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게 삼성LED와 LG전자(LG이노텍 포함)다. 두 회사는 작년부터 LED조명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지난달 국내와 해외 시장에 1만원대 LED조명을 동시에 내놨다. 시장에선 "반도체와 TV에서 그랬듯이 (한국기업이)세계 최고수준의 제조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LED조명 시장 판도를 단숨에 바꿀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오스람이 지난 6일 삼성전자,삼성LED,LG전자,LG이노텍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과 LG가 조명사업의 기틀을 다지기 전에 특허로 발목을 묶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 크리는 지난 4월 오스람과 LED조명 분야에서 포괄적인 특허공유 계약을 맺었다. 크리는 앞서 필립스와 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했고,오스람도 니치아 필립스 도요타고세이 등과 특허공유 계약을 맺는 등 '특허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선 중소기업 눈치 봐야 하고…

해외 기업의 특허공세보다 정작 대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국내 시장상황이다. 중소 조명업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중소기업적합품목에 LED조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50여 중소 업체로 구성된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이 최근 동반성장위에 이런 건의를 한 데 이어 한국LED보급협회도 대기업의 LED조명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LED조명분야 중소기업 적합품목 선정 촉구 결의안'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800여 중소기업이 수십년간 몸담아 온 조명 분야에 삼성,LG,한화,포스코,SK 등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한 정부조달 시장만큼은 대기업 진출을 막아달라는 게 중소기업들의 요구다.

현재 정부 조달시장에서 '최소 50% 이상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배정하고,경관조명 조달에 대기업은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제를 더 강화해달라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하반기에 LED조명을 중기적합업종에 포함시키면 국내에서 장사는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해외에서만 장사하란 말인데 내수 기반 없이 어떻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일반조명 시장의 50% 이상을 필립스 오스람 GE 등 외국기업이 차지한다"며 "대기업 진출을 규제한다면 반도체보다 커질 LED조명 시장도 외국기업이 다 가져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